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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학생 개개인에 더 집중”…교사가 말하는 ‘온라인개학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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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일보

    지난 20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봉덕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으로 열린 입학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에 대한)개별적 접근이 가능해졌어요. ‘다른 친구들은 알아들었는데 나만 모르나’하는 생각이 사람을 기죽이는 학교였잖아요. 못 따라오는 아이를 선생님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개별성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경기 지역 중2 담임교사 A씨)

    “채점하면서 하나하나 코멘트를 달아주며 ‘누구야 수고했어’ 하니까 애들한테서 1분 만에 답장이 오더라고요. 이게 평상시 공부를 아주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받아본 적 없는 관심이기 때문에,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선생님이 주는 코멘트 하나가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산 지역 고1 담임교사 B씨)

    이는 지난 16일 오후 9시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교사 20여명과 함께 온라인 개학을 주제로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 중 일부다. 원격수업이 등교수업과 달리 ‘교사와 학생 간 친밀한 관계’에 더 용이하다는 것이다.

    전날 초·중·고 약 540만명 전원이 온라인 개학에 돌입하면서 초등생의 경우 ‘부모 개학’이란 비판이, 중·고생은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는 가운데 원격수업이 단순히 재난 상황 중 ‘미봉책’에 그치는 게 아니라 미래 교육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가 교사들 사이에서 나왔다.

    세계일보

    지난 20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으로 열린 입학식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온라인 개학은 학교수업에 영구적 변화 일으킬 것”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이 간담회에서 “원격수업이 주는 의외의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이번 기회에 포착하면 좋겠다”며 “학생 개개인의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것이 얼마나 동기부여 되는지, 오프라인에서 어려웠던 것들이 원격수업을 통해 그 공간을 어떻게 더 확보해갈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발견이 이후 학교 교육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게 많은 교사의 의견이었다. 부산 지역 고1 담임교사 B씨는 “교육계의 지각 변동인데, 이게 수업에 영구적 변화를 줄 거라 생각한다”며 “원격수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오프라인이 시작돼도 활용한다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중2 담임교사 A씨는 “아이들이 굉장히 주도적이고 매체에 대한 순발력이 있다”며 “등교 이후에도 이런 것들을 더 활용하면 아이들의 주도성에 비중을 두는 수업이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기회에 교사들이 평가의 기준을 아이들에게 맞추면서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아이들의 속도에 같이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생들과 교사들의 문화적 괴리를 조금 더 가깝게 해서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교사들의 정체된 문화가 바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계일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개학이 교육 역할의 성찰 계기 돼야”

    분명 원격수업이 이렇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그간 교실 내에서 수행되던 교사 역할은 외면당한 채 단순히 수업 영상의 질로만 평가받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건 교사 입장에서 달가울 수 없는 일이다. 교사들은 이런 상황이 교육·교사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광주 지역 고2 영어 교사 C씨는 “EBS 강좌 교육, 교사의 강사화, 확인과 관리의 체제가 길면 길수록 교육 본질과 동떨어지는 학교와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북 지역 초5·6 체육 전담 교사 D씨는 “버티다가 ‘이제 오프라인 개학하면 끝이다’가 아니라, 교육의 목적은 뭔지, 수업은 뭔지에 대한 교육 철학을 공유해서 어떤 담론들을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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