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국제원유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폭락하면서 증권사 홈트레이딩서비스(HTS)에서 이 값을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일부 선물 투자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롤오버(월물교체)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키움증권 측에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날 오전 3시 9분부터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서 키움증권 HTS에서 관련 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의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HTS가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매매가 중단된 것. 이에 따라 해당 HTS를 통해 원유선물 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은 캐시콜(cash call)까지 받으며 강제 반대매매 당했다. 일부는 원금손실은 물론 빚까지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증권 게시판 등에서는 이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투자자는 "HTS가 마이너스를 인식하지 못해서 매매가 멈춰버리는 탓에 원유 들고 있던 이들은 강제로 0원행과 캐시콜을 당했다"면서 "지금도 다들 청산하지 못하고 유가가 하락하는대로 빚더미만 불어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5월물이 -37달러가 되면서 20달러에서 매수하고 기다렸던 이들도 잃은 돈보다 내야할 빚이 더 많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키움증권 고객센터에 또다른 투자자는 "마이너스로 떨어져 -0.025원에 청산을 시도했지만, 키움증권 영웅문 글로벌 차트에 오류가 생기고, 현재가 자동 청산 주문도 안 돼 바로 팔기 주문도 거부됐다"며 "주문 창에 키보드 마이너스 키는 아예 입력이 안 돼 청산 주문 자체를 못했다"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는 키움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키움증권의 100% 과실"이라면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너스 유가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으로, 마이너스 원유값을 인식하지 못한 것은 대부분의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겪은 일"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키움증권으로부터 관련 내용과 복구 계획 등을 보고 받아 확인 절차에 돌입했으며 키움증권도 피해 규모 등을 파악하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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