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직접 영향 제한적이지만 불확실성 방증"
업계 "세제 지원 필요"…정부 "단기대책 집중"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GS칼텍스 제공 |
[이데일리 김형욱 김정유 기자] 저유가 ‘쇼크’에 빠져 있는 국내 정유업계도 사상 첫 마이너스 국제유가 상황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국가 차원의 중요성을 고려해 세제지원 등 더 강력한 대책을 검토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운 상황이어서 정유업계의 어려움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는 저유가로 인해 올 1분기 대규모 적자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의 영업손실 규모만 2조5000억원, 많게는 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월 배럴당 60달러대였던 두바이유 국제시세가 20달러대까지 내린 데 따른 재고평가 손실액만 1조원 이상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서 비축 후 2~3개월 후 정제 과정을 거쳐 판매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단기 유가 급락은 원유 비축분 가치 하락과 그에 따른 회사 손실로 이어진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항공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현 저유가 상황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유사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3월 셋째 주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5주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현 상황에선 원유를 정제해서 제품으로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것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선물 시세가 마이너스가 된 건 현 정유시장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국내 도입 원유의 70%는 두바이산 시세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현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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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각사는 이미 지난달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춘 데 이어 추가 하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5~6월로 예정된 정기 보수를 1~2주 앞당겨 가동률을 10%포인트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정기 보수를 앞당기는 등 방식으로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에쓰오일은 연초부터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창사 후 첫 희망퇴직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이미 일부 지원방안을 내놨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초 올해 비축유 구매 규모를 36만배럴에서 64만배럴로 약 두 배 늘렸다. 국세청도 ℓ당 375~529원의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납부를 3개월 유예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일시적으로나마 약 1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석유협회장과 정유 4사 최고경영자(CEO)가 함께 하는 정유업계 간담회를 열고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
업계는 내심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유류세 3개월 유예 정도의 대책으론 현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3%인 원유수입 관세를 한시적으로라도 축소하거나 준 조세 성격의 석유수입부과금을 인하해주는 등 세제 지원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추가적인 세제 지원방안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코로나19 경제 충격으로 모든 산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대기업 위주라는 점도 지원 확대의 부담 요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세제나 부과금 개편 부분은 세수나 국민 경제후생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단은 현 유가 급락 상황에 대한 단기적 어려움을 풀어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서울 자동차산업협회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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