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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추가 방어 못하면 석유업계 줄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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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 초저유가 당분간 지속될듯…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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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국제유가의 사상 첫 마이너스 기록을 두고 글로벌 경기 불황의 도화선으로 우려하는 진단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전일 종가 기준 배럴당 -37.63달러로 폭락했다.

미국산 원유 가격이 이처럼 대폭락 장세를 연출한 배경으로는 두 가지 요인이 지목됐다. 일단 월물 교체 시기에 따라 기술적 요인이 작용했다. 선물 만기일인 21일이 도래하면서 5월물 WTI는 팔고 6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 거래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허나 근본적인 원인은 원유 과잉 공급 상태에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스톱하면서 원유 수요는 급감했고, 재고는 넘쳐나 저장조차 힘들어진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근월물 매도세까지 겹쳐 5월물 WTI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왜곡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고를 저장할 곳을 찾지 못한 채 원유 과잉 공급 상황이 이어질 경우, 이런 비정상적인 유가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2주 내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현 상황이 8~9주 지속될 경우 (미국의) 원유 저장은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감산 외엔 방법 없다…美 전략 비축유 매입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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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유가 급락세에 대응해 약 75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 매입을 선언,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심각한 과잉 공급 상태의 원유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 연구원은 "7500만 배럴의 원유를 구매할 시 미국의 전략 비축유 재고 또한 사상 최대에 이를 것이나, 전략 비축유 매입이 유가 안정의 사실상 마지막 카드일 수 있다는 점은 시장의 불안을 증폭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당초 미국이 사우디로부터 수입해온 원유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사우디산 원유 수입 중단 역시 유가 안정에 유효한 전략으로 보기 어렵다. 미국이 사들이지 않은 사우디산 원유는 어쨌든 다른 누군가의 손에 넘어가므로 세계적 원유 과잉 공급 상황 자체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만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유가가 안정되려면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및 경제 정상화를 통해 원유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거나 추가 감산으로 원유 공급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원유의 대폭적인 감산을 통한 공급 조절이 불가피한 듯하나,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나 미국 셰일 업체들이 감산에 적극 나설 기미는 관측되지 않고 있어 유가 불안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석유업계 줄도산 우려에 디플레이션 리스크까지

하이투자증권은 이런 초유의 유가 폭락 현상으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는 물론 글로벌 디플레이션 압력까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 연구원은 "초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도 셰일 업체 등의 연쇄 부도 리스크는 결국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현지 매체인 CNN 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 컨설팅 업체 리스태드 에너지는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가 되면 미국의 유전 탐사 및 원유 생산 업체 533개가 내년 말까지 파산을 신청하게 될 것이고, 10달러로 떨어지면 1100개 이상, 즉 미국 내 거의 모든 에너지 회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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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유가 시대에선 산유국을 비롯한 원자재 수출 국가들의 피해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국가들에서 당장 부도가 나지는 않아도, 이머징 마켓에 대한 불안감 고조가 세계적인 위험자산 회피 심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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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황 가능성 역시 경고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수요가 급감해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유가 폭락으로 각국 소비자ㆍ생산자 물가 등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는 전언이다.

박 연구원은 "경기 침체에 이어 디플레이션이 실현될 경우, 이는 글로벌 경기가 장기 불황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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