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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김정은 위중했더라도 김정일과 달리 프랑스 의료진 못 불렀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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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한반도 전문가인 앙투안 봉다즈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연구위원은 21일(현지 시각) 본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몸에 커다란 이상이 생겼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프랑스 의료진을 평양으로 불러오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북한 의료진의 도움만으로 버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일가가 할아버지 김일성 때부터 위급할 때 프랑스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왔지만, 유럽의 강력한 이동 제한 조치로 프랑스 의료진의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봉다즈 연구위원은 동북아 정세를 연구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칭화대·고려대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냈고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두 차례 방북(訪北)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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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앙투안 봉다즈 프랑스 전략연구재단(FRS) 연구위원이 북한이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기념 우표를 보여주고 있다./손진석 특파원


봉다즈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몸 상태와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난 12일 김정은이 심장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맞다고 가정하면, 김일성의 생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도 수술을 해야 할 만큼 긴급한 상황을 맞이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유럽에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라서 급한 일이 발생했더라도 프랑스 의료진을 평양까지 불러왔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했다. 북한은 유럽보다 앞서 1월말 국경을 봉쇄했다.

봉다즈 연구위원은 “평양 순안공항은 민항기 운항이 중단됐고 최근에 북한에 도착한 개인 제트기도 없는 것으로 항공 관련 국제 기구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평양에 간 프랑스 의료진은 짧은 기간만 머물다 돌아왔기 때문에 봉쇄령이 내리기 이전에 평양에 갔을 가능성도 낮고, 평양에 상시 거주하는 외국인 의료진에 대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정보가 없다”고 했다. 유럽에 근무하는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도 “프랑스 의료진이 최근에 평양에 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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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평양에 가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김정일을 치료하고 돌아왔던 프랑수와 자비에 루(Roux) 박사./조선일보 DB


1991년 프랑스 중부도시 리옹에 사는 심장 전문의가 스위스를 거쳐 북한에 입국해 김일성을 진료한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의료진이 김정은 일가를 치료한 사례는 여러 건 공개돼 있다. 파리 14구에 있는 생트-안느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 프랑수와 자비에 루(Roux) 박사는 1993년 북한 외교관들의 요청으로 낙마로 머리를 다친 김정일의 뇌 촬영 의료 기록을 보고 조언을 했다. 루 박사는 2008년에는 직접 평양에 가서 뇌졸중으로 중태에 빠진 김정일을 진료하기도 했다. 루 박사가 일하는 생트-안느 병원은 17세기에 문을 연 유서 깊은 병원으로서 신경과, 정신과로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도 2004년쯤 암에 걸렸을 때 프랑스 의사가 네 차례 평양에 들어가 진료를 했다고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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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을 치료했던 프랑수아 자비에 루(Roux) 박사가 근무하는 파리의 생트안느 병원 전경./폴카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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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즈 연구위원은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이 프랑스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적 있다는 정보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의 심장 계통 지병이 익히 알려졌기 때문에 북한 의료진이 오래전부터 대비를 해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프랑스나 서방 의료진의 도움을 못 받았다고 해서 질이 낮은 진료를 받았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일성 일가가 프랑스 의료진에 의지했던 이유에 대해 봉다즈 연구위원은 “서방 국가 중에서는 의료 기술이 낫고 보안과 관련해서도 믿을만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김정일이 프랑스 의사들을 신뢰했다”고 말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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