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아동포르노 아닌 아동성착취물로 표기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강선혜 탁틴내일 활동가 기고 / ‘포르노’는 상호동의한 성적행위 / 아동성범죄 심각성 경시 우려

세계일보

지난해 아동성착취 방지를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인상 깊게 본 일이 있었다. 한 참가자가 발표에 앞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법률에 명시된 용어가 변하지 않아 아직까지도 사법기관에서 사용되고 있기에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양해해 주십시오.” 그때 그가 사용한 단어가 바로 ‘아동포르노’다.

안타깝게도 ‘아동성착취물’은 아직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다. ‘아동포르노’라고 하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법무부가 ‘아동포르노(Child Pornagraphy)’를 명시하고 있어 경찰 등 사법기관 관계자와 언론도 법률상 용어에 따라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아동포르노’란 말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다. 포르노는 ‘성인들이 상호 동의하에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을 합법적 절차 내에서 대중의 성적 만족을 위해 유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동포르노’라는 용어의 사용은 아동성범죄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경시하는 일이다. 이 사안에 대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입장은 강경하다. 경찰을 포함한 모든 관계 기관이 ‘정확한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은 2015년부터 모든 법률에서 ‘아동포르노’, ‘아동성매매’를 삭제하고 ‘아동성착취’로 대체했다. 잘못된 용어가 잘못된 인식을 부르고, 잘못된 결정을 낳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쓰는 ‘아동음란물’이란 용어도 마찬가지다. 아동 성학대물 혹은 아동 성착취물이라는 보다 의미가 분명한 용어로 바꾸어야 한다. 이제 바뀔 때도 됐다.

강선혜 탁틴내일 활동가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