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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인간 진화의 1등 공신은 엄지손가락?[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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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엄지손가락은 '맞서는 엄지'입니다.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형태인 것이지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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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은 무엇일까요? 모든 기관이 다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신체기관이 특별히 더 중요하다고 평가하기는 무리입니다. 그러나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관 중에 꼭 포함돼야 할 기관은 '손'이 아닐까요?


성인의 몸 속에는 모두 206개의 뼈가 있는데 그 가운데 4분의 1 정도인 54개가 손뼈라고 합니다. 뼈의 숫자로 따지면 신체기관 중 '탑4'에는 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손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데 손의 한 부분인 손가락의 역할은 특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다섯손가락 가운데 가장 중요한 손가락은 어느 손가락일까요? 과학자들은 단연 '엄지손가락(thumb)'을 꼽습니다. 엄지손가락은 인간의 손가락 중 가장 짧고 굵습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기능을 가진 손가락이기도 하지요.


나이즐 스파이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그의 저서 '맞서는 엄지'에서 "엄지손가락이 인간을 예술가로 만들었다. 엄지손가락을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인간만이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엄지손가락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인간의 손가락을 펴서 한 손가락씩 접으면 엄지손가락만이 접히는 방향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엄지손가락은 다른 네 개의 손가락과 맞닿을 수 있습니다. 이런 엄지손가락의 특성을 '맞서는 엄지(opposable thumb)'이라고 합니다.


인관과 비슷한 종인 유인원 종과 코알라 등도 맞서는 엄지를 가졌지만, 이런 동물들보다 인간의 엄지가 가장 잘 꺾인다고 합니다. 유인원의 경우 물건을 쥘 때 손가락으로 감고 꽉 쥘 수가 없어서 악력에만 의존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도구를 잡거나 돌을 쥐고 던지기 위해 물건을 꽉 쥐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지손가락이 다른 방향으로, 자유롭게 구부러져야 했습니다. 그 결과 같은 종의 생물 개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적응한 일부가 생존해 자손을 남긴 '자연선택'에 의해 약 260만년 전부터 인간의 엄지는 다른 동물과 다르게 진화해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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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의 긴 손가락이 보이시나요? 반면 엄지손가락은 인간의 엄지손가락에 비해 비율이 아주 낮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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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를 잡거나 돌을 던질 수 있도록 손가락을 오므려 쥐는 '그립(grip)'에 따라 그 힘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터득하고 그에 맞춰 진화한 것입니다. 그립은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를 줄 수 있는데 야구공처럼 정확한 방향성을 요구할 때는 '정밀성 그립(precision grip)'을, 강하게 휘두르거나 할 때는 '파워 그립(power grip)'을 쥡니다.


인간의 손과 가장 비슷한 동물의 손은 침팬지의 손입니다. 침팬지는 나무를 건너 다녀야 하는 만큼 엄지는 작고, 나머지 네 손가락 길쭉하게 진화했습니다. 인간의 엄지손가락은 다른 네 손가락 보다는 짧지만, 침팬지 등 다른 동물의 엄지손가락 보다는 훨씬 깁니다.


각각의 생존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어서 인간의 손가락이 침팬지의 손가락보다 더 진화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최근 로봇손을 만드는 과학자들이 가장 집중하는 부분도 엄지손가락이라고 합니다. 엄지손가락이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로봇손의 성능이 달라질 정도라고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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