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후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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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을 뿌리 뽑겠다던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성추행으로 전격 사퇴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편함의 신체접촉을 했다. 강제추행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어 “경중을 떠나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공직자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에게 사죄드리고 남은 삶 동안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성추행으로 사퇴한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부산시 산하기관과 위탁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강력 처벌하겠다”며 경고한 바 있다. 당시 오 시장은 “성희롱은 민선 7기에서 뿌리 뽑아야 할 구태”라며 성희롱에 강도 높은 조치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센터나 기관에서 지위가 낮은 직원이나 민원인을 대상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향후 성희롱 문제가 일어날 경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엄벌할 것”이라 경고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오 시장이 사퇴한 직후 성명을 통해 “당선 이후 오거돈 시장이 보여준 모습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변화를 말하기에 무색할 정도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상담소 측은 “이번 사건은 오 시장이 당선 이후 성희롱ㆍ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미뤘던 모습이나, 지난 2018년 회식자리에서 여성노동자들을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예견할 수 있었다”면서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이를 성찰하지 않는 태도는 언제든 성폭력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는 상담소 측을 통해 오 시장에게 의사를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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