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수업 이어 모의고사도 학원서 진행 / 고3 10명 중 7명, 학교 원격수업 부정적
‘고3 모의고사 단체응시 신청 받습니다.’
이는 오는 24일 진행 예정인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를 학원에 나와 치르라는 내용의 사교육업체 광고 중 일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휴원에 들어갔던 학원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사진은 22일 서울 양천구의 한 학원 밀집지역. 뉴스1 |
온라인 개학 이후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하는 행태가 확산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고사 또한 학원이 감독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온라인 개학 상황이 길어지면서 공교육에 대한 사교육의 잠식이 강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교육업체 들이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학원에서 감독해주겠다’며 24일 당일 학생이 학교에서 배부받은 시험지 또는 출력본으로 학원에 나와 단체로 모여 응시할 것을 권장,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최근 코로나19로 학교 등교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학력평가를 ‘원격시험’ 형태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험 당일 오전 학생이 학교를 방문해 시험지를 수령하거나 각 교육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내려받아 진행하는 식이다.
◆“원격시행만으로 가능할까”…‘수능만점자’ 섭외까지
실제 사걱세가 확인한 사례에 따르면, 일부 학원들이 재택 시험보다 현장 시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체 블로그, 온라인 카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단체 응시를 신청하는 학생을 사전 모집하는 모습이었다.
한 업체는 광고를 통해 ‘수능 전 치러볼 수 있는 전국단위 모의고사는 총 6회가 전부다. 그 중 첫번째로 치러지는 3월 모의고사, 원격시행만으로 가능할까?’라고 반문하며 ‘재원생을 위해 현장 모의고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는 ‘24일 서울교육청에서 제시한 수능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오전 9시40분부터 오후 5시2분까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영역 등 전체 시험을 치를 예정’이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22일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일부 업체는 응시생 모집을 위해 지난해 수능 ‘만점자’를 섭외해 현장에서 함께 학력평가를 치른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걱세 측은 “업체들 중 일부는 광고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원에서 수용 가능한 인원이 일찌감치 다 차서 사전예약이 마감돼 대기 인원을 접수받는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학원 행태는 애초 감염 예방을 위해 학력평가를 원격시험 형태로 치르기로 한 교육당국 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 또 서울교육청이 학력평가를 원격으로 진행하는 학교의 경우 응시생에 대해 출석으로 인정하기로 했기에, 학원이 정규 학교교육 시간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사걱세는 “학원에서 학력평가를 현장 응시하는 것에 대해 학생으로부터 별도 비용을 받는다면 교육청에 신고한 교습비보다 초과 징수하는 행위로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면수업보다 질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고3 수험생 10명 중 7명은 현행 학교 원격수업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원격수업의 근본적 한계 때문에 대면 수업 대비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실제 진행되는 수업의 질 또한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행 원격수업이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급조된 체제란 걸 감안하더라도 당장 성적 향상이 중요한 학생의 경우 결국 사교육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지난 21∼22일 고1∼고3 수험생 회원 679명 대상으로 학교 원격수업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고3의 경우 ‘매우 부정적이다’란 답변이 36.2%, ‘부정적이다’는 33.2%로 나타났다. 고1·2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답변이 55.7%인 데 비해 상대적으로 고3이 현재 진행 중인 학교 원격수업에 대해 불만이 더 큰 것이다.
고등학생 대상 학교 원격수업 평가 설문조사 결과. 진학사 제공 |
고1·2와 고3 모두 공통적으로 ‘대면 수업보다 집중이 안되고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고1·2 39.7%, 고3 40.7%, 복수응답)를 그 이유로 꼽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시스템상 문제가 많다’는 답변이 고3은 25.7%, 고1·2는 26.9%였다.
고3의 경우 원격수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약 18% 수준이었다. 고1·2는 26% 정도였다. 이렇게 평가한 이유에 대해선 학년별로 편차가 있었다. 고1·2는 ‘수업 영상을 여러 번 다시 볼 수 있어 복습 측면에서 좋다’, ‘현재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이 최선이다’라는 답변이 26.1%로 같았다. 고3은 ‘자기주도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는 답변이 25.9%, ‘개학을 무기한 미루는 것보다 온라인 수업이라도 하는 게 낫다’는 답변이 24.7% 수준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종식 이후 현행 원격수업을 수업에 활용하는 데 대해서도 60% 가까이가 부정적이었다. 현행 원격수업을 수업에 활용하는 데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매우 반대한다’, ‘반대한다’를 합한 인원이 59.4%인 반면 ‘매우 찬성한다’, ‘찬성한다’는 답변은 합해서 21.4%에 그쳤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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