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의 범행은 국제 사법공조를 통하여 드러났다. 미국 수사관은 고객을 가장하여 여러 차례 영상물을 구입하고,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하였다. 아울러 비트코인의 흐름을 추적해 W2V 운영자 IP(인터넷 프로토콜)로 전송된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것이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이다.
미국은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 함정수사를 넘어 사실상 잠입수사까지 인정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특정한 경로로만 접근할 수 있는 다크웹 역시 사용자 IP를 추적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터넷을 개발한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The 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DARPA)을 과거 공식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DARPA는 다크웹에서 아동 성매매를 하고 있는 범죄자 IP를 추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연해주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다크웹에 대한 수사기법을 더 발전시켜야 하겠다.
미 연방 대배심은 손씨에게 ‘아동 포르노 광고 공모’, ‘아동 포르노 광고’, ‘아동 포르노 배포 공모’, ‘아동 포르노(영어) 배포’, ‘아동 포르노(외국어) 배포’, ‘미국 수입을 목적으로 한 청소년 성행위 영상물의 생산’과 ‘자금세탁’ 등 9개 범죄 사실로 기소하였다. 미국의 대배심 제도는 시민들이 참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미 정부는 손씨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공식 요청하였다.
이에 우리 법무부는 ‘대한민국 정부와 미 합중국 정부 간의 범죄인 인도조약’과 ‘범죄인 인도법’에 따라 미국의 인도 요청 대상 범죄 중 국내 법률에 의하여 처벌할 수 있고, 국내 법원의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 자금세탁’ 부분에 대하여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하여 지난 16일 서울고등검찰청에 인도 심사 청구 명령을 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고검은 서울고등법원에 인도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발부받았다. 손씨는 만기 출소일이 되어도 석방되지 않는다. 인도 구속영장에 의해 범죄인 송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계속 구금상태로 있어야 한다. 다행이다.
손씨가 미국으로 범죄인으로 인도된다면 형량은 어떻게 될까?
손씨가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는 범죄인 인도조약 15조 ‘특정성의 원칙’에 의해 결정된다. 15조는 “조약에 따라 인도되는 자는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의 범죄로 청구국에서 구금되거나 재판받거나 처벌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피청구국 행정당국이 구금, 재판 또는 처벌에 동의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라고 함께 규정하고 있다. 손씨 사례에서 청구국은 미국, 피청구국은 우리가 되겠다.
손씨는 범죄인 인도가 허용된 국제 자금세탁 범죄로 미국에서 재판과 처벌을 받게 된다. 더불어 우리 정부가 동의하면 인도 청구된 범죄가 아니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형사사법의 주권 문제, 우리 국민을 범죄 인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 범죄인 인도 대상 범죄를 국제 자금세탁 범죄로 한정한 점, 미국에서 청구한 범죄는 대한민국에서도 처벌할 수 있는 점, 이미 손씨가 확정 판결을 받아 조약 5조 위반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손씨의 처벌은 자금세탁과 관련된 미 연방 형법(18 U.S.C) 1956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연방 형법에 의하면 최고 2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벌금형도 부과된다. 벌금액은 원칙적으로 50만달러다. 다만 손씨 범죄수익의 2배가 50만달러를 넘으면, 그 금액으로 벌금이 확정된다.
앞서 미국에서 손씨를 상대로 기소한 9개 범죄의 형량을 살펴보면 아동 포르노 광고죄는 15~30년(동종전과 1회 25~30년, 2회 35년~무기), 아동 포르노 배포죄는 5~20년(동종전과 15~40년), 아동 포르노 소지죄는 5~10년, 청소년 성행위 영상물을 미국 수입 목적으로 생산한 죄는 15~30년(동종전과 1회 25~50년, 2회 35년~무기)로 되어 있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지금세탁죄는 최대 20년이다.
사실상 손씨가 미국에서 기소된 범죄로 유죄 처벌을 받는다면 최소 35년, 최대 무기징역(10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1년6개월은 낮아도 너무 낮다.
대한민국 법무부와 미 법무부 모두 이름에서 나와 있듯이 ‘정의’(JUSTICE)를 구현하는 기관이다. 만일 미국에서 자금세탁 이외의 범죄로 처벌을 요구한다면, 무엇이 형사사법의 정의를 실현하는 일인지 고민하면서 끝까지 긴밀한 협의와 협조를 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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