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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라임에 깜짝 놀란 금융당국, 뒤늦게 사모펀드 규제·감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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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조6000억원대 피해를 낸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직원들이 복도를 오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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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6000억원대 금융사기로 비화한 라임사태에 놀란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 수준을 대폭 끌어올린다. 사모펀드 운용사의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판매사와 수탁기관에 관리·감시 책임을 지우는 내용의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을 26일 발표했다. 사실상 라임사태를 통해 드러난 사모펀드 관리 체계의 허점을 하나하나 메우는 식의 대책이다.



운용사 내부통제 강화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개선안을 통해 라임자산운용과 같은 전문사모운용사에 맞는 내부통제·위험관리 체크리스트를 마련키로 했다. 특히 운용규모 2000억원 이상 사모운용사는 그 이행내역을 감독당국에 보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라임사태를 계기로 그간 사모운용사에 대한 사전 관리·감독 기능 부재했다는 비판이 일자 대응책을 마련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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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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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주식이나 전환사채(CB), 일반사모사채, 대출채권 같은 '비시장성자산'의 공정가액을 평가하는 기준도 새로 마련한다. 라임운용의 경우에도 이러한 비시장성자산 공정가액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덕에 펀드 환매 중간 이후 4개월 넘게 정확한 부실 규모를 숨길 수 있었다.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500억원)를 넘어서는 사모펀드는 앞으로 외부감사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사모운용사가 쌓아야 할 자기자본 유지 의무 기준도 공모운용사 수준으로 올린다. 현재 사모운용사는 법정최저자기자본인 7억원을 지키면 등록이 유지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여기에 수탁고의 0.03%를 '고객자산운용필요자본'으로 추가 적립하고, 고위험 자산 투자에 대한 '고유자산운용필요자본'도 따로 적립하도록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사모운용사가 고객에 손해를 배상할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판매사에 운용사 관리·감시 의무



판매사 책임도 커진다. 앞으로 판매사는 사모펀드 판매 전 내부 절차를 통해 운용사가 제공한 투자설명자료 등의 적정성을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판매 후에도 펀드가 투자설명자료에 나와있는 전략에 맞게 운용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문제 발견되면 운용사에 시정요구를 하는 동시에 투자자와 감독당국에도 이를 알려야 한다.

신탁업자나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같은 수탁기관도 관리·감시 책임을 진다. 이들 수탁기관은 운용사의 운용지시를 실행하는 기관이라서 위법 부당행위를 가장 신속하게 인지할 수 있는데도 그동안 관리·감시 기능을 하지 않았다. 라임사태도 신한금융투자 PBS가 라임운용 무역금융펀드 수익률 조작 등을 눈감고 이에 가담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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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본부 팀장이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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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앞으로 사모펀드 재산을 수탁받은 신탁회사와 증권사 PBS로 하여금 펀드운용의 법령·규약·투자설명자료 위반 여부를 확인하게 하고, 위반이 있는 경우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도록 했다. 운용사가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들 감독당국에 보고할 의무도 생긴다.



투자자, 자세한 정보 자주 받는다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적격일반투자자(3억원 이상 투자)는 앞으로 보다 충실한 상품 정보를 받게 된다. 투자설명자료엔 투자전략과 주요 투자자산·투자위험도 등과 더불어 모-자구조 같은 구체적인 투자구조와 최종 기초자산, 총수익스와프(TRS) 등 차입 여부 등을 적게 했다. 운용사가 이를 어겨 투자하면 불건전영업행위로 제재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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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제도개선 방안에 따른 향후 자산운용보고서 기재 필요사항.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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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분기별로 투자자들에게 자산운용보고서를 제공하고, 여기에 펀드 투자자산 현황·투자구조·차입현황 등 핵심 정보를 담도록 했다. 지금까지 사모펀드는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었다. 때문에 라임펀드 투자 피해자들은 자신의 수억원대 투자금이 반토막 이상 깎여나가는 동안 제대로 된 정보를 받지 못해 분통을 터뜨렸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모니터링 주기도 짧아진다. 사모펀드의 영업보고서 제출 주기를 현행 6개월~1년에서 분기(3개월)로 단축한다. 또한 자기자본 유지조건이나 인력요건을 위반한 뒤 6개월 내 충족하지 못하는 부실 운용사에 대해선 곧장 그 등록을 말소해 시장에서 퇴출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장기 자금 공급이라는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필요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했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항은 법 개정 전에도 행정지도를 통해 조속히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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