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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의학계 “트럼프의 검증 안 된 약물 극찬,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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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로퀸 언급 후 처방 46배 증가

트럼프 “살균제 주입” 황당 발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군으로 거론한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해 세계 의·과학계에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지만, 전문가들은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며, 코로나19 치료제 발견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트위터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트로마이신을 함께 투입하면 의료 역사상 가장 큰 게임 체인저 중 하나가 될 진짜 기회를 갖게 된다”고 썼다. 뉴욕타임스(NYT)도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약물을 극찬한 이후 전국 소매약국 처방이 평일 평균 46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과학 전문지 네이처는 24일 “클로로퀸에 대한 과대 광고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정치 지도자들이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약물에 대한 관심을 부추겼고, 이 때문에 오히려 치료제 발견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일부 환자들이 클로로퀸 계열 약물을 맹신해 다른 치료제 후보군의 임상시험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클로로퀸이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들 약물이 오히려 코로나19 병증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와 버지니아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미국 재향군인보건국(VHA) 의료센터에 입원한 368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다. 이에 따르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약한 환자 97명의 사망률은 27.8%로, 투약하지 않은 환자 158명의 사망률(11.4%)의 두 배가 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24일 코로나19 환자에게 이들 약물을 투여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엔 코로나19 치료 방법으로 자외선 노출과 살균제 주입을 검토해 보라는 황당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가 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체 어떤 부위도 자외선램프로 살균해서는 안 된다는 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사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빌 브라이언 미 국토안보부 과학기술국장은 “독성이 있는 살균제를 체내에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연구실에서 그런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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