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정리해고 중단하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서원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이낸셜뉴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맞서면서 노사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 최초로 예고된 구조조정에 상당한 잡음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이스타항공지부 소속 조합원 130여명은 2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이 가면은 2018년 한진그룹 총수일가 갑질 규탄 집회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이 쓰면서 항공업계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발언에 나선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정리해고를 한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고용유지 지원금조차 신청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인수기업인 제주항공 입맛에 맞춰 직원만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조조정 진행 시 무기한 규탄 집회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선포했다.
당초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 1600여명의 22%에 달하는 350여명에 대한 정리 해고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의 장외 투쟁에 막혀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된 구조조정 명단 발표를 연기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예상보다 빠르게 승인하자 구조조정 강행에 부담을 느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6주 만에 승인했다. 제주항공이 아니면 이스타항공은 회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인 만큼 이같은 조속한 승인 배경엔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실직 사태를 막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고용유지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과 관련된 잡음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향후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한 전 직원 대책위를 구성하고 제주항공과도 고용유지 협약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셧다운 상태다. 유동성 위기에 몰리며 2월 월급 40%를 지급한 후로 3, 4월 월급은 한푼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 정리, 리스 항공기 조기 반납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편 정부는 LCC에 대한 최대 3000억원 금융지원과 관련, 제주항공의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스타항공을 우회 지원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인수자본은 1500~2000억원이다. 베트남, 태국 등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면 제주항공은 최종 인수금액 545억원에서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잔금 430억여원 납입을 끝으로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차액금 납부일은 29일로 공시돼 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