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초고층 건물의 빛과 그림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의 마천루. 초고층 건물들은 재난 발생 시 수직거리가 멀어 거주민의 대피 등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초고층 건물을 흔히 '마천루(摩天樓, skyscraper)'라고 합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하늘에 닿는 집' 또는 '하늘에 상처를 입힐 정도로 높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런 초고층 건물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높이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은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위험상황이 발행할 경우 소규모 저층 건물과 달리 심각한 인명피해와 물적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과학의 발달로 건축기술도 함께 발전해왔지만, 초고층 건물에 대응할 수 있는 가능장비와 가용기술의 범위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초고층 건물은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물을 말합니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도 전국 건축물 현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모두 113동입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 높이 555m), 부산 해운대 엘시티더샾(101층, 411m) 등이 대표적인 건물입니다.


대구에는 S아파트(57층), 인천 T아파트(64층), 경기 화성시 M아파트(66층), 천안 P아파트(66층) 등 수천명의 입주민이 거주하는 초고층 건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의 표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고층 건물의 재난이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많은 이유는 초고층 건물이 재난 상황에 그 만큼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또 항공교통이 번잡해진 요즘은 초고층 건물과 항공기의 충돌사고가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천문학적 건설비용과 허가과정의 지루한 줄다리기 등을 감수하면서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사회의 특징은 도시화입니다. 도시화는 도심의 인구집중 심화, 도시의 혼잡, 가용 토지 부족 등을 야기합니다. 이런 도시 과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초고층 건물이 등장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해당 국가의 경제적 부흥과 고도의 건축기술을 갖췄다는 상징(Landmark)이 됩니다.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그 지역은 경제적 변혁을 맞게 되는 것이지요. 대규모 공사를 통해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건축물에는 많은 사업체들이 입주하게 되며, 그 사업체들은 많은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에 선순환적인 경제 구조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실제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전망대 운영만으로 매년 700억 원대 수입을 올렸다고 합니다.


이런 이점들이 있지만, 문제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입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 주변에는 위험상황을 대비해 일정간격 이상의 이격거리가 필요하지만 국내 대부분 초고층 건물 주변에는 집적경제 원리에 따라 다양한 건물과 다중복합시설이 밀집, 건물 주변의 소방동선이 협소합니다.


초고층 건물은 상업용도, 주거용도, 의료용도 등 각 용도와 목적에 따라 그 관리 주체도 다릅니다. 즉, 안전관리 주체가 다원화돼 있어 책임소재가 불명확합니다. 비상상황에서 다수의 안전관리 주체들을 모아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구조적 한계에서 오는 불안입니다. 다중복합시설 등 수직공간의 인구밀도 증가는 사고를 대형화합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어린이들은 위험상황이 닥치면 대피공간으로 안전하게 대피하기 어렵습니다. 내부 통로가 광범위하고 이동거리도 멀어 대규모 인명피해와 물적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아시아경제

부산 해운대의 마천루. 초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초고층 건물의 운용과 관리에 사물인터넷(loT)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 만큼 전력 중단과 사이버 보안이 취약해집니다. 자칫 테러 대상이 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 외 외부로부터 격리돼 폐쇄적이고, 비접지성으로 자연과 접촉이 어려운 만큼 정신적·신체적 질병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구조적 특성으로 인한 통풍 및 환기의 부족, 초고층 건물이 반사하는 빛으로 인한 눈부심과 기온 상승, 통행 방해 등의 문제점들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빛 반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영국에서는 초고층 건물에서 반사된 태양광이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들의 플라스틱 마감재를 녹이는 사고도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재난약자의 대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수평방향의 일시피난장소를 만들고, 수직방향의 피난유도용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하기도 합니다.


이런 대비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을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마천루에서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의 표본이기도 하면서, 안전한 삶의 표본까지 될 수 있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