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9일 밤 국회 본회의장.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1호’인 인터넷전문은행법 속 규제를 더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두고 여야 의원 6명(민주당 박용진·유동수, 미래통합당 성일종, 미래한국당 김종석, 정의당 추혜선, 민생당 채이배)이 찬반 토론에 나섰다. 여당이 규제혁신 대표 법안으로 역점을 두고 추진해 2018년 10월 도입한 법이지만 여당 일부에선 여전히 반대를, 야당에서는 적극 찬성을 외치는 뒤바뀐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상정된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제외하는 게 골자다. 다만 ▶불공정 거래 행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부당 지원 행위) 금지 규정 위반은 예외로 남겨뒀다. 지난달 5일 본회의에서는 ▶담합(부당 공동행위) ▶경제력 집중 억제 위반 행위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등 모든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까지 결격 사유에서 제외했었다. 그러나 “KT특혜법”이란 비판을 받으며 재석 184인 중 찬성 75인, 반대 82인, 기권 27인으로 부결됐다.
지난달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찬성 75 반대 82, 기권 27로 부결됐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시 여야 원내지도부가 합의했는데도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를 두고 통합당이 “약속을 깼다”며 반발하자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유감을 표명하는 일도 있었다. 여야는 4·15 총선 이후 처음 열리는 임시회에서 인터넷은행법을 다시 상정하기로 해, 이날 같은 법 수정안이 본회의에 올려진 것이다.
첫 토론자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었다. “오늘 다시 올라온 법안은 부결된 법안에서 표지만 바꾼 ‘표지갈이’ 수준의 수정안이다. 공정거래법 위반 전체를 제외하는 대신 불공정 행위 등 일부만 남겨놨는데, 이는 당초 모든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91.3%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다. K뱅크는 박근혜 정부 금융 관료들이 꼼수와 편법을 통해 완성한 것인데, 왜 20대 국회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안전장치를 훼손해야 하느냐.”
박용진(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석(아래) 미래한국당 의원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두고 각각 반대·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 뒤로 성일종 통합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갑론을박이 오간 후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개정안은 3월에 부결될 당시 제기된 우려와 지적을 반영해 인터넷은행 대주주 결격 사유에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 부당 거래 행위 위반 사실을 추가해서 엄격하게 만든 것이다. 표지만 갈아 끼운 법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초래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부채를 무릅쓰며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데, 국민 세금의 증감 없이 9조원의 민간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다.”
이후 공인회계사 출신인 채이배(민생당)·유동수(민주당) 의원 간 찬반 설득 경쟁이 벌어졌다. 둘의 토론을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하면 이렇다.
채이배(위) 민생당 의원과 유동수(아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두고 각각 반대·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채이배=“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는 걸 막겠다는 게 아니라, 범죄기업 등 잘못된 일을 한 사람들이 은행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유동수=“공정거래법에 관해 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채이배=“공정거래법에서 가장 악질적 범죄행위인 담합 기업이 여전히 대주주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 노골적으로 KT에 특혜를 주겠다는 거다.”
▶유동수=“공정거래법 전체로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면 정보통신업에서 인터넷은행에 진출하고자 하는 회사가 없게 돼 이미 진출한 카카오뱅크를 더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
유 의원은 이어 “규제 때문에 네이버가 라인뱅크를 일본·동남아에서 성공시키고도 한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며 “반드시 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채 의원은 토론 말미에 “이 개정안을 오늘 찬성하면, 스스로 ‘나는 법도 모르고 그날(3월 5일) 투표했다’고 자인하는 것”이라며 당시 반대·기권표를 던진 109명의 의원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다. 이에 의원석에서는 야유와 고함이 터져 나왔다.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3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0인, 재석 209인, 찬성 163인, 반대 23인, 기권 2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결국 이날 인터넷은행법은 재석 209인 중 찬성 163인, 반대 23인, 기권 23인으로 가결됐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소속 의원 중 6명이 반대했고 17명이 기권했다. 3월 표결에서 반대했다가 찬성으로 돌아선 이는 민주당(현 시민당 포함)에서만 38명이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