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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방위비 인상 합의" 트럼프식 과장…백악관 "협상은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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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외교부도 "합의된 게 없다"

"韓 금액 제안 내가 거부했다"더니,

"많은 돈 내기로 합의" 이번엔 과장

"文대통령 美 검사 대단 칭찬" 홍보

"대선 6개월 앞두고 성과에 조바심"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존 벨 에드워드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만나 "여러분은 한국 칭찬을 많이 들었겠지만 정작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이 어떻게 믿기 어려울 정도 검사를 했느냐고 칭찬했다"라고 말했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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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과 관련 "한국이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금액 제안을 내가 거부했다"고 공개한 지 9일 만에 타결도 되지 않은 방위비 인상을 업적으로 내세운 셈이다. 우리 청와대와 외교부는 "아직 합의된 게 없다"고 즉각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두 차례 공개행사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검사 능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라고 거듭 자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방위협력을 위해 미국에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며 "얼마인지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 시한을 4개월여 넘겨 주한미군 한국인 용역 근로자 4500여명의 무급 휴직사태까지 초래한 협상이 우리 쪽 양보로 타결된 것처럼 설명한 셈이다.

그는 "우리는 합의할 수 있다. 한국은 합의하기를 원한다"라며 "그들이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내가 여기 왔을 때(2017년 1월)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듭 분담금 인상을 업적으로 내세운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진행 중"이라며 "아직 아무것도 합의한 것은 없다"라고 했다. "합의되지 않았으면 합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이 점을 생각해서 보도해줬으면 한다"는 당부의 말도 했다. 외교부 분담금 협상팀 관계자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아직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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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이 어떻게 믿기 힘들 정도로 검사를 해냈느냐"라고 칭찬했다고 29일 하루에만 두 번에 걸쳐 자랑했다.[사진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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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대통령의 합의 발언에 국무부는 "백악관에 문의할 사항"이란 반응을 보였다. 고위 행정부 관리는 30일 중앙일보에 "한국과 협상은 진행 중"이라며 "한국 파트너와 상호 이익이고 공평한 합의를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앞서 우리 측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70% 선지급 제안에 "미국은 수 주간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상당한 유연성을 보여왔다"라며 "우리는 한국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타협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사실상 한국의 추가 양보를 요구하며 제안을 거절한 셈이다.

소식통은 "아직 줄다리기 중인 상황에서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한 것은 한국 양보를 압박하는 동시에 11월 대선을 6개월 앞두고 본인 업적에 대한 조바심을 보인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루이지애나 주지사 면담과 기업인과 경제재개 원탁회의 두 번의 공개 행사에선 미국의 검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극찬했다고 한국을 활용했다.

먼저 이날 오전 집무실에서 존 벨 에드워드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이 한국에 대해 많은 좋은 일을 들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내게 전화를 걸어 미국의 검사에 관해 칭찬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당신네 검사 수가 세계 최대인데 어떻게 그렇게 했느냐"라며 "믿기 힘들 정도의 검사를 해냈다"고 하더라고도 했다.

이어 오후 원탁회의에서도 "나는 한국의 문 대통령으로부터 '축하한다. 당신들의 검사는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결국 코로나19 검사에 관해 문재인 대통령을 활용한 데 이어 아직 합의하지 않은 방위비 인상을 업적으로 홍보한 셈이다.

워싱턴=정효식, 서울=김다영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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