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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달 9일 열릴 예정이던 2차대전 승전기념일을 9월3일로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일본과 외교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러시아의 승전기념일 변경은 코로나19 문제보다 일본과 분쟁 중인 쿠릴열도 지역의 영유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따라 양국이 150년간 이어오고 있는 쿠릴열도 영유권 분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 신문 등 일본 현지 언론들에 의하면 일본정부는 최근 러시아가 올해 승전기념행사를 9월3일로 변경하면 아베신조 일본 총리가 승전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원래 러시아의 승전기념일은 5월9일로 1945년 2차대전 당시 나치독일이 패망한 대독전승일이 승전기념일로 내려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창궐로 5월9일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자 러시아정부는 9월3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9월3일은 1945년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패망, 러시아에서 대일승전일로 불리는 날이다. 또한 당시 구소련이 일제 지배하에 있던 쿠릴열도 4개도서를 점령, 오늘날까지 실효지배하게 된 날이다. 일본정부는 이번 러시아 측의 날짜변경은 쿠릴열도 4개도서가 완전히 러시아 영토임을 인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보 외무성 관계자는 "북방영토(쿠릴4도)의 러시아 점유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수용할 수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올해 2월7일 일본 내에서 이른바 '북방영토의 날'로 지정된 날 일본 내각부와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북방영토의 날 실행위원회가 북방영토 반환요구 전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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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쿠릴열도 분쟁은 1850년대부터 시작돼 15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은 쿠릴열도 내 일본쪽으로 늘어서있는 쿠나시르, 이투루프,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 도서지역으로 일본에서 흔히 북방영토라 칭한다. 일본이 처음 개항을 시작한 시기인 1855년 당시 러시아와 처음 맺은 러일화친조약에 따라 쿠릴열도 4개도서 지역은 일본 영토가 됐으며 사할린섬은 양국의 공동거주지로 결정됐다.
그러나 1875년 일본은 사할린 전체 영유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쿠릴열도 전역의 영유권을 얻는 조건으로 사할린-치사마 교환조약을 체결했고, 이후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북위 50도 이남의 사할린 지역이 일본영토로 인정됐다. 일본은 사할린 남부지역을 1945년 태평양전쟁 패망직전까지 보유하고 있었다가 1945년 8월18일 당시 구소련이 쿠릴열도 전역을 점령하며 상황이 역전됐다.
이후 1956년 구소련과 일본간의 평화조약 체결 뒤 하보마이와 시코탄이 반환되기로 협약됐고, 반환준비가 이어졌으나 1960년 일본이 미국와 미일안보조약을 체결, 소련이 크게 반발하면서 반환약속은 완전히 취소됐다. 이후 현재 일본의 아베총리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각국의 우익세력 결집에 쿠릴열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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