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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이슈 넷플릭스 세상 속으로

[아무튼, 주말] 넷플릭스의 직무유기… 새로운 천국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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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s pick]

넷플릭스 | 굿 플레이스

눈 떠보니 천국이다. '굿 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이곳은 생전에 이타적으로 살았던 '좋은 사람'만이 올 수 있다. 심지어 모든 사람에게 '소울메이트'라는 사후의 반려자도 짝지어준다. 하지만 주인공 엘리노어(크리스틴 벨)는 죽기 전까지 이기적이었고, 도덕 따위는 무시했으며, 방탕했다. 알고 보니 동명이인과 한날한시에 죽는 바람에 착오가 생긴 것. 설계자에게 정체를 들키면 배드 플레이스로 쫓겨나는 위기에 처한 엘리노어는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시작한다.

조선일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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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굿 플레이스'는 올 초 시즌 4로 막을 내린 미국 드라마. 할리우드 리포트가 '가장 영리하고도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완성도와 재미를 다 갖췄지만 국내에서 제대로 홍보가 안 된 탓인지 넷플릭스 한국 톱10에 든 적이 없다.

엘리노어는 굿 플레이스에 어울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소울메이트로 점지된 윤리학 교수 치디에게 수업을 듣는다. 첫 시간부터 존 로크의 이름이 나오는가 하면 4 시즌 내내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존 스튜어트, 피터 싱어, 주디스 슈클라 등 철학자와 '공리주의'나 '효율적 이타주의'와 같은 이론이 언급된다. 그렇다고 입바른 소리를 늘어놓는다든가 시청자를 가르치려 드는 드라마는 절대 아니다. 시즌 1에서 치디가 엘리노어에게 주는 책 '우리가 서로에게 지는 의무'(팀 스캔런)가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무엇이 윤리이고, 선과 악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우리가 사는 곳을 굿 플레이스로 만들기 위해선 어떤 약속을 해야 하는가. 선악이 모호하고 개성이 강한 여섯 캐릭터에게 부여한 공정한 역할 배분이 이 무거운 이야기를 수다스럽고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긴장감도 종영까지 놓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이 드라마를 국내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다.

조선일보

전시 | 토비아스 레베르거 개인展

전시장 자체가 전시물이다. 독일 출신의 토비아스 레베르거(54)는 기존 장소를 전혀 다른 건축 공간으로 바꿔내는 설치작가로 유명한데, 서울 갤러리바톤에서 13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역시 마찬가지다. 전시장은 다섯 개의 벽으로 구획돼 있고, 작은 문이 하나씩 달려 있다. 풍경이나 현란한 위장 무늬를 인쇄해 시각을 교란하는 벽들을 모두 통과하면 또 다른 낯선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인터넷에서 아무 사진이나 골라 3D프린터로 만든 작은 물건들, 이름하여 '122개의 재떨이로 된 우주'가 놓여 있다. 존재가 특정 기능(재떨이)으로 호명될 때 발생하는 긴장에 대해 묻는다. 끊임없이 관람객은 현대미술이라는 벽 앞에서 인식의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무료.

조선일보

다큐 | 트와이스 : 시즈 더 라이트

29일 국내 걸그룹 최초로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인 다큐멘터리 '트와이스 : 시즈 더 라이트'가 공개됐다. 이 다큐는 9명의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대규모 월드투어를 하는 세계적인 걸그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다큐 속 트와이스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박진영 JYP 대표 말처럼 몸과 마음도 건강해 보이지만 딱 거기까지다. 지난 5년간의 가수 생활, 그전의 긴 연습생 생활,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 하는 한국식 아이돌 시스템의 힘든 점, 국내 걸그룹으로서의 고민 등 많은 것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없다. 안티마저 팬으로 만들었다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넷플릭스 다큐 '미스 아메리카나'와 비교돼 더욱 아쉽다.

조선일보

영화 | 트롤

'그건 음악이 아니지!' 팝·록·클래식·컨트리·펑크·테크노로 나뉜 6개의 트롤 마을에서 록 트롤의 여왕이 전쟁을 선포한다. 흥겨운 멜로디로 다 같이 파티를 열고 싶어하는 팝 트롤 여왕이 온 세상을 록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록 트롤들에 맞선다.

애니메이션 명가 드림웍스의 신작으로 전작 '트롤'(2016)의 세계관이 확장됐다. 매혹적인 재즈 트롤이나, 기타를 치며 번개를 발사하는 록 트롤처럼 각 장르의 특성을 반영한 다채로운 캐릭터를 빚어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총괄 음악 프로듀서를 맡고, 켈리 클라크슨, 오지 오즈번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총출동한 뮤지컬 애니메이션. 한류 열풍을 반영한 듯 중간에 등장하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K팝 트롤들도 반갑다.

조선일보

뮤지컬 | 리지

미국 매사추세츠 보든 집안의 대저택에서 아버지와 계모가 무참히 살해됐다. 두 딸 리지와 엠마, 가정부 브리짓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여성이 욕망, 분노, 힘, 증오를 가지고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법정의 세 여자는 득의만만한 미소를 띠고 법복 입은 남자들을 향해 말한다. 미칠 듯 더웠던 1892년 여름날, 저택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설이나 영화로 재해석됐던 미국의 미스터리 살인사건을 억압적인 부모와 사회를 극복하는 여성 해방의 이야기로 변주한 록 뮤지컬. 유리아, 나하나 등 실력파 배우들이 막강한 성량으로 록 콘서트를 하듯 무대를 압도한다.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6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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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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