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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위비 협상' 주도권 과시(?), 협정 공백은 4개월 넘어서…한미 기싸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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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미국에 돈 더 내기로 합의" VS 한국 정부 "협상 계속 진행 중"

주한미군 韓노동자 '생계 지원 특별법' 국회 통과…전원 찬성

급한 불은 껐지만, 협상 장기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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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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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단이 도출했던 잠정 합의안을 걷어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한국이 국방 협력 합의를 위해 미국에 돈을 더 내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하면서, 협상 과정을 둘러싼 장외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발언이 나온 직후 백악관 고위 관리가 미국의소리(VOA)에 "한국과 협상은 계속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동맹국들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해왔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거래의 기술을 꺼내 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외신과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한국이 돈을 더 내기로 했다. 그들은 내가 취임했을 때 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제안을 내가 거절했다"고 언급하면서 한국이 방위비를 더 많은 비율로 지불해야 한다고 압박한 지 9일만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비 분담금을 '13% 인상'하고 협상주기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 실무자 간 잠정 합의안을 최종 거절했다. 미국측은 지난해 9월 방위비 협상 초기 기존 방위비 분담금 대비 5배 이상 많은 50억달러를 요구하고, 협상 과정에서 40억달러 수준으로 낮췄으나 터무니 없이 높은 인상을 요구한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끊임 없이 일었다.


◆트럼프, 협상 주도권 과시?…한국 정부 "협상 진행 중" 반박=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한국측 제안 거절 직후,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로 했다고 언급하면서 협상 주도권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인상이 강하다. 큰 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해 한국을 압박하면서, 일본과 나토(NATO)와의 방위비 협상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즉시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방위비 분담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협의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합의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은 게 협상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설명할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3월31일~4월1일 한국 정부 관계자의 '타결 임박' 발언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발언이 잇따랐을 때와 반대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측의 압박에 한국 정부가 당장 인상폭을 더 끌어올린 수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13% 인상안을 거부한 것이 사실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 액수가 우리로서는 가능한 최고 액수였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인 수준에서 국회가 동의해 줄 수 있는 그런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언론에서 분담금 인상률이 13%라고 나왔지만 그것은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라면서 동맹국 간 상호 윈윈하는 좋은 안으로 타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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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청사와 영상회의로 진행된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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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장기화 수순…주한미군 韓노동자 강제 무급휴직= 방위비 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협정 공백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공백 상태는 이미 4개월을 넘어 5개월째에 진입했다. 일각에서는 재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까지 방위비 협상 타결을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가운데 애꿎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만 생계 위협에 노출됐다. 주한미군사령부는 8500여명의 주한 미군 한국인 노동자 중 절반에 이르는 4000여명을 대상으로 강제로 무급휴직을 지난달 1일부터 실시했다. 지난 1월 대면 협상 이후 한국측이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먼저 타결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미국측은 포괄적 타결을 고수하며 이를 거절했다.


다행히 정부와 국회가 추진한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생계 지원을 위해 특별법이 지난달 29일 국회 재석의원 185명 전원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에는 방위비 협정이 종료되고 협정 공백에 따라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직원에게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지원 규모는 월평균 180만~198만원 수준으로 휴직 당시 월급 평균의 60% 정도가 될 전망이다. 협정 공백 상태에서 수천명의 한국인 노동자의 생계를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특별법이 재석 의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향후 방위비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 본 회의 재석 의원 185명 전원이 찬성했고 아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면서 "이와 같은 전원 찬성은 협상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위비 협상 타결 이외에는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여기에 한미동맹과 연합 방어 태세에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인 노동자 생계 위협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진전을 이뤘지만 궁극적으로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부침을 겪으면서 한미동맹과 연합 방어 태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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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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