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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정부 믿어달라” 했는데…김정은 사망설이 보여준 인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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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키운 김정은 위독설 파장

깜짝 등장한 金 ‘역대급 해프닝’ 일단락됐지만…

文정부 “특이동향 없다” 견지에도 일파만파

안보 불안 야기·불필요한 비용 초래

“국내외 언론, 정치인 반성 필요 있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화두는 역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이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 김연철 장관은 이날 회의에 출석해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다”며 정부 입장을 믿어달라고 재차 호소했지만, 일부 여야 의원은 정부의 대북 정보망을 믿을 수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장관은 계속된 의혹 제기에 답답한 듯 “특이동향이 없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역량을 갖추고 있다. 국민들은 안심해도 된다”며 적극 대응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관련한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병) 현상’이라고 규정하고 “매우 안타깝다”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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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김정은 위독설, 인포데믹 부작용 보여준 상징적 장면

김정은 위원장이 20일만에 잠행을 깨면서 이는 김 위원장의 신변을 둘러싼 ‘아니면 말고’ 식의 인포데믹 부작용을 보여주는 ‘상징적’이면서도 ‘결정적’ 장면이 됐다.

‘제발 믿어달라’고 비춰 질 만큼 정부의 태도가 단호했음에도 익명의 ‘소식통’ 전언에 근거한 추측성 보도는 넘쳐났다. 언론의 설익은 보도는 ‘가짜 뉴스’(fake news)를 양산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지라시’를 타고 무한 증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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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 신변에 의심이 줄지 않자 여권도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살아있고 건강하다(alive and well)”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어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부터 (강원도) 원산에 머무르고 있고 지금까지 의심스러운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재차 북한 내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견지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망에 대한 불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악성 소문이나 왜곡된 정보가 감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 현상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북한은 지극히 폐쇄적인 나라인 만큼 ‘내부 소식통’을 내세운 ‘아니고 말고 식’ 오보가 많다.

◇20일간 ‘위중’ ‘고인’ 오간 김정은…억측들 보란듯 걷어차

실제로 김 위원장은 잠행 20일 간 ‘위중’과 ‘고인’을 오갔다. 2일 공개 행보를 재개한 김 위원장은 국내외 확산된 ‘중태설’, ‘사망설’ 등의 보도를 ‘보란듯이’ 한방에 걷어찼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전날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신상에 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가짜뉴스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무시한 채 국정운영 일정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짜 뉴스가 우리의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의 소모를 초래하는 관계를 끊어야 한다”며 “탈북민들은 물론 한국 정부의 발표를 경시하고 확대 재생산 하는 미국, 일본, 국내 일부 언론인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키워온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이 동향이 없다’는 정부와 청와대의 계속된 설명에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통합당 태영호 당선인과 탈북민 출신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을 부추겼다.

특히 지 당선인은 “김정은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지 당선인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근거로 들면서 “심혈관 쪽 수술을 했는데, 수술 후 쇼크사로 지난 주말 사망한 것 같다”며 “이르면 이번 주말, 늦으면 다음 주 중 북한이 김정은 사망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당선인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도 전에 ‘신뢰로 추락’을 자초한 셈이다.

◇‘아니면 말고 식’ 보도 자성 목소리 …가짜뉴스 양산 과정 살펴봐야

김 위원장의 건강 자체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왔던 ‘아니면 말고’식 추측성 전망과 보도 등에 대해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은 위중설로 관심을 모았던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과 장성민 전 의원을 향해서는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무 말 대잔치’가 용인된다면 남북관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을 바라보는 방식은 물론 보도 역시 이제 바뀔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무분별하게 양산되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관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불안도 키웠을 것”이라며 “김정은 건강이상설의 생산과 확산이 최근 코로나 사태, 우리의 총선 결과, 그리고 미국의 대선 등과도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탈북자, 외신, 인터넷매체, 보수단체 및 개인 등 다양한 양산과 유통과정 등을 짚어보고 발화점과 확대 재생산, 목적성, 고의성, 조작성 등 세밀하게 문제점을 살펴봤으면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가 미치는 남북관계, 대북정책, 대외정책(대미·대중), 국방안보정책, 대내적으로 정쟁 및 남남갈등, 경제분야와 개인에 미치는 해악 등 여러 분야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정부·언론·학계 차원의 대응 및 해소 방안, 역할에 대해 검토를 해야하지 않을까 한다”고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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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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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의 지성호(왼쪽)·태영호 미래한국당, 미래통합당 당선인(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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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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