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범죄 맞나… 미국선 수십년 징역 vs 한국은 집행유예 ‘선처’
“(미국 송환되면) 최소 징역 50년, 최대 100년 이상이 나올 텐데 아비로서 어떻게 사지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24)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한국에서 처벌받게 해달라” 탄원서를 제출하고, 비슷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씨의 아버지 손모(54)씨는 전날 범죄인 인도심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에 이런 내용을 담아 A4용지 3장 분량의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지난달 말에는 범죄인 인도를 담당하는 법무부 국제형사과에도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며 부정(父情)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우한 가정환경, 미디어 범죄의 심각성을 교육받지 못한 점, 강도·살인이나 강간미수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라는 등 일종의 합리화를 늘어놓았다.
동시에 탄원서는 한국의 성범죄 처벌 문제의 핵심을 드러내 주었다.
“미국에서 자금세탁과 음란물 소지죄로 재판을 받는다면 (징역) 50년 정도, 한국에서 받은 재판은 미국에서 별개로 생각한다면 100년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 사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지른 범죄는 분명 동일한데, 미국에서는 ‘사형이나 마찬가지’ 수준의 판결이 예상되고 한국에서는 징역 1년6개월 실형(2019년 5월 항소심)이 선고된 것이다. (이조차 1심 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손씨의 부친은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최근에야 경각심을 갖게 된 우리나라의 디지털 성범죄 처벌 기준에 논란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손 씨는 최근 문제가 됐던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등이 나오기 전부터 청소년과 영유아가 등장하는 미성년 성착취물 22만건을 유통한 혐의로 지난해 징역 1년6개월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가 지난달 27일 만기 출소 후 곧바로 재수감됐다. 미국 법무부가 손 씨의 출소에 맞춰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른 송환을 요구하면서다. 자국에서도 웰컴투비디오를 통해 성착취 동영상이 유통된 피해자가 있는 만큼 미국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2019년 10월 손씨를 아동음란물 광고와 수입, 배포 등 9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손 씨는 미성년자였던 2017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충남에 있는 자신의 집에 서버를 두고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을 통해 아동음란물을 유통했다. 적발 당시 이용자만 12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의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은 오는 19일 서울고법 형사20부 심리로 진행된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손씨의 미국 송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손씨 부친의 예상처럼 그가 미국에 송환될 경우 중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 사법당국이 공개한 웰컴 투 비디오 이용자 처벌 현황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체포된 전직 국토안보부 수사청 요원은 이 사이트에서 아동음란물을 1차례 내려받고, 시청 목적으로 1차례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과 보호관찰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