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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톡톡에듀]온라인 개학으로 드러난 '디지털 활용 능력'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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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나샘의 교육을 부탁해

'디지털 문해력' 현저히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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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이 얼마 전이었는데 어느새 등교 개학이 거론된다. 그만큼 상황이 호전되었다는 얘기니 일단 천만다행이다. 다만 온라인 환경에 적응하느라 학생·부모·교사 모두 골치 아팠던 걸 생각하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 있다. 선진국으로 알던 나라가 생각보다 선진적이지 않았고, 소비가 줄어든 사회에서 석유는 생각보다 불필요했다. 밖에서 돌아다니는 일상은 생각보다 소중했으며, 여러 장벽으로 단절된 줄 알았던 사회는 생각보다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 아이들의 ‘디지털 활용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열등했는데, 아무래도 교사로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5G를 개통하는 나라에서 스마트폰을 수족처럼 다루는, 소위 알파 세대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로그인하는 과정에서부터 과제 업로드까지 하나하나, 아이들은 걸핏하면 "이거 어떻게 해요?"를 날려대기 일쑤였다. 심지어 파일을 저장하기 위한 카테고리 개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엄마들이 이것저것 클릭하고 해결하다 보면, 학부모와 교사가 먼저 파김치가 됐다.

실제로 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최근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학습 디지털기기 활용 빈도는 30개국 중 29위, 디지털기기 활용 역량에 대한 인식은 32개국 중 31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디지털을 통한 생산적 활동이 부진하다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 방향이 미래 필수 역량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인터넷이 가장 빠른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그 단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단 개인의 기본적 읽기 능력과 연관성이 깊다. 검색어 하나만 쳐도 산더미 같은 정보가 나열되는 시대다. 그중에서 필요한 부분을 골라내기 위해서도, 또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서도 문해력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뭔가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설명서를 읽어야 할 거 아닌가? 하지만 알파 세대를 관찰해보면 일단 설명문을 힘들어하고, 몇 단계 작업을 거쳐야 하는 컴퓨터 사용 업무도 불편해하는 성향을 보인다.

왜냐하면 그들이 익숙해진 스마트 기기의 구성이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쓱쓱 넘기거나 눌러보면 되는 인터페이스 덕분에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매우 복잡한 기기인데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사용자 편리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이 ‘직관’이라는 단어가 ‘분석’의 반대 개념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본다면, 인간의 수익 극대화가 인간의 ‘분석력, 문해력 약화’로 직결되는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했던 부모와는 달리, 알파 세대는 따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앱을 척척 찾아서 활용한다. 디지털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영재 같은 느낌을 받기 쉽지만, 사실은 대부분 스마트기기 자체의 직관적 속성 덕분이었다. 오히려 사용하면 할수록 자녀들의 디지털 문해력이 발달하는 게 아니라, 영화 ‘이디오크러시(idiocracy)’에서 묘사된 인류처럼 ‘디지털 문맹’에 가까워질지도 모른다.

만약 자녀의 디지털 기기 활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적절하게 개입해 각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남양주 덕소고 교사. 23년 차 베테랑. 한문 교사이자 1급 학습 코치 및 전문상담교사. 취미이자 직업이 학생 상담. 1000여 명의 학생의 학습 심리 테스트를 진행했다. 자기 주도 학습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고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 클리닉’과 ‘학종내비게이션’(학종 지도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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