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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5G가 코로나 전파" 극우파가 만든 가짜뉴스, 페북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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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가 코로나 19를 전파한다” “코로나 19는 빌 게이츠가 신약을 팔려고 퍼트렸다”

중앙일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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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퍼진 가짜뉴스의 정체가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BBC·유로뉴스 등 현지 언론은 뉴스 분석기업과 저널리즘 연구소 등 여러 기관이 각각 진행한 가짜뉴스 분석 결과를 잇달아 보도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가짜뉴스는 “극우파가 만들어 페이스북에 뿌리고 유명인이 퍼 나른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뉴스 진원지는 페이스북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확산은 페이스북에서 시작됐다. 팔로워 수가 수백·수천만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가짜뉴스 확산의 거점으로 지목됐다. 가짜뉴스 분석 기업 ‘뉴스가드’는 팔로워 1300만 이상을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36개를 분석한 결과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뉴스가드는 최근 프랑스 보수 성향 웹사이트 ‘에포크 타임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영상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해당 영상에는 “코로나19는 인간이 만든 독”이라는 멘트가 나오는데 6일 하루 동안 85만 6000번 이상 재생됐고, 최소 2만8000명이 공유했다. 뉴스가드는 “미확인된 정보가 순식간에 퍼져나간 증거”라며 “일부 게시글은 프랑스어·독일어·이탈리아 어 등으로 번역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 정치와 건강 노렸다”



BBC는 가짜뉴스의 목적에 주목했다. BBC와 영국 전략대화연구소가 지난 1월부터 페이스북에 올라온 코로나19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가짜뉴스는 주로 극우단체가 만들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책임론과 거짓 치료법 등을 주제로 다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게시글에는 ‘이민·이슬람교·유대교·LGBT·엘리트’ 등 특정 집단을 지목하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올라온 게시글에는 이 단어들과 코로나19 간에 연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확산세에 접어들면서 해당 단어와 코로나19를 연관 지은 내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정 집단이 코로나19를 확산시켰다는 가짜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다. 연구팀은 “폐쇄 대상에서 제외된 이슬람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있다”, “빌 게이츠가 상업적 목적을 위해 코로나19를 의도적으로 퍼트렸다”는 주장 등을 대표적인 가짜뉴스로 꼽으며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한 의도된 가짜뉴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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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에도 코로나19 가짜뉴스가 온라인에 퍼지지 않도록 경고하는 포스터가 붙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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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다룬 또 다른 주제는 ‘건강’이었다. 뉴스가드 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레몬과 뜨거운 물이 코로나19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거짓 정보가, 오스트리아에서는 “독감 백신이 코로나 감염을 촉진한다”는 등의 게시글이 인기를 얻었다. 해당 내용은 10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9개의 콘텐츠로 재가공돼 확산했다.

그러나 뉴스가드의 확인한 결과 해당 정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가드는 가짜뉴스로 변질된 코로나19 치료법이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BC도 “페이스북에 올라온 가짜뉴스의 주요 관심사는 정치 또는 건강이었다”며 게시글들은 정체가 불분명한 외부 웹사이트와 연결돼 또 다른 가짜뉴스를 생산해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영국에서는 “5G가 코로나19를 퍼트린다”는 가짜뉴스가 확산해 일부 사람들이 5G 통신탑에 불을 지르는 등 공공기물을 파손하는 일도 발생했다.



확인 없이 퍼 나른 정치인·유명인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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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살균제로 치료할 수 없느냐는 황당한 발언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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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확산에는 정치인과 유명인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와 옥스퍼드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가짜뉴스를 공유한 사람 중에는 정치인과 유명인이 69%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미 애리조나주에서는 한 남성이 물고기 기생충 치료제로 쓰이는 클로로퀸 인산염을 먹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의 부인은 “남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말라리아 예방약인 히드록시 클로로퀸이 FDA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말한 것을 보고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트위터 팔로워 7900만 명을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사례”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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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는 가짜뉴스의 확산수단으로 꼽힌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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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감정적으로 보지 마세요



페이스북은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3월 한 달 동안 코로나19 관련 게시물 4000만 건을 팩트 체킹하고 미확인 정보는 삭제했다”며 가짜뉴스 확산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페이스북 측이 게시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해 표현의 자유를 침범한다는 지적이 나와 별도의 독립된 단체인 콘텐츠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짜뉴스를 분석한 연구팀들은 가짜뉴스의 확산과 관련해 SNS뿐만 아니라 뉴스 수용자와 언론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24는 “가짜뉴스에 속지 않기 위해선 수용자 스스로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가짜뉴스가 퍼지는 일반적 방법 중 하나가 사진 조작인 만큼 언론사 등은 이미지와 비디오 등의 조작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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