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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관리 "우린 가난한 나라, 한국이 도와야" 외교부 "53% 한번에 올리다니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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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에 방위비 13억달러 요구

"美합참, 한국이 방위비 덜 내면 주한미군 감축 고려하겠다 통보"

박한기 합참의장 "통보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연간 13억달러(약 1조5931억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까지 거론한 건 미국이 방위비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만큼 미국 협상팀으로선 가격 협상이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미국 정부 관리는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을 통해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주한 미군 감축 검토 가능성도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이 그만큼 강하게 분담금 압박에 나설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13억달러 안을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라'는 식의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놓고 한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떠보면서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본지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거론하며 "우리는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미국은 가난한 나라이고 (코로나로) 예산을 재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아쉬운 소리까지 하며 분담금 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주한 미군 감축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현행 미 국방 예산 사용을 규제하는 국방수권법은 주한 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데는 예산을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숫자를 줄이려면 감축 조치가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우리 정부는 7일 "미국이 무리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협상 결과는 양쪽이 다 수용 가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이 요구하는 인상 폭 등에 대해서는 "협상 중인 사안"이라며 언급을 피했지만, 미국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한·미 실무 협상팀은 지난 3월 회의를 한 뒤, 지난달 서울에서 열려야 했을 회의 일정을 잡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 대응과 재선 캠페인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상이 11월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 24일과 4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두 번에 걸친 전화 통화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문제와 함께 한·미 간 현안인 북핵 문제와 방위비 협상에 대해서도 준비를 했지만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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