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분기 이후 8분기만에 '대수만관 자제' 문구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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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8분기 만에 통화 정책 이행보고서에서 "유동성 확대를 자제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통화 정책 기조를 완화로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를 통한 추가 돈 풀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인민은행은 10일 발표한 '2020년도 1분기 통화 정책 이행보고서'에서 '대수만관(大水漫灌ㆍ물을 대량으로 푼다)을 하지 않겠다'라는 표현을 지웠다. 통화 정책 이행보고서에 이 문구가 쓰이지 않은 것은 2018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이다. 대수만관은 경기 부양을 위해 물을 쏟아붓듯 유동성을 대량으로 푸는 것을 뜻하는데 이를 '자제하겠다'라는 문구를 뺀 것은 유동성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인민은행은 대신 "1분기에 코로나19가 갑작스럽게 중국 경제사회 발전에 전례 없는 충격을 줬다"면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통제를 가장 중요한 업무로 하면서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풍족하게 하며 여신 지원을 늘린다" 등의 문구를 포함했다. 이어 "중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좋은 추세로 가고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실물경기 회복이 더욱 두드러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그동안 대수만관을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통해 필요한 분야에 맞춤형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방침을 강조해왔다. 서방국들처럼 대규모 통화 공급을 추진하는 양적 완화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지난해 수차례 연설을 통해 "대수만관식 전면적 경기 부양은 피할 것"이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은행이 올해 1분기 통화 정책 이행보고서에서 '대수만관을 하지 않겠다'라는 표현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더 과감한 통화 정책 완화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했다. 1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기준금리 인하와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통한 통화 정책 완화에 인민은행이 더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 전문가 자오칭밍은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통화보다는 재정 정책에 의존해왔다"며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통화 정책 결정을 위해 경제 통계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민은행이 조만간 대출우대금리(LPR)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며 "1997년 이후 최저성장률을 나타낸 중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통화 정책이 경제를 떠받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신증권의 밍밍 연구원도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중국의 통화 정책은 실물경제 발전을 돕고 제품 생산, 소비, 내수가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8%라는 역대 최악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중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추락한 경제를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 정책에 초점을 맞춰왔다. 반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LPR는 올해 두 차례 조정을 통해 3.85%로 0.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최근 2주간 기준금리를 1.5%포인트 내린 미국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인민은행의 공식 1년 만기 대출 기준금리는 4.35%로 2015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동결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달 발표 예정인 LPR 금리가 한 차례 더 내려가고 은행 지준율도 인하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중국 경제 매체 허쉰은 '인민은행 통화 정책 보고서에서 나타난 7가지 신호'에서 "인민은행의 통화 정책 기조는 더 느슨해졌다"면서 "후속으로 LPR 금리뿐 아니라 예금 금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인하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LPR 금리와 연동되는 MLF 금리는 2분기 안에 추가적으로 1%포인트 내려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BNP파리바 역시 중국 정부가 당분간 통화 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조만간 은행 지준율 0.5%포인트 인하와 LPR 추가 0.1%포인트 인하를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재정 정책도 강화해 이달 말 양회를 통해 재정적자 목표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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