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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 인터뷰…‘센’ 소재, 망설였지만 불편한 질문 던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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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나오자마자 논란거리가 됐다. ‘모바일 앱으로 성매매를 알선해 돈을 버는 고등학생’이란 자극적인 설정 때문이었다. 심지어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의 범죄를 알게 되자 ‘동업’을 제의한다. 한국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도 시도가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선정성과 폭력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넷플릭스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작품이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김동희가 주인공 오지수를 맡았고, 박주현·정다빈·남윤수 등이 고등학생으로 출연한다. 최민수·박혁권·김여진·김광규 등의 조연진이 신인배우들을 탄탄하게 뒷받침해준다.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가 문제”


작품을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평이 엇갈린다.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참신하고 용기 있는 작품’이라는 칭찬이 있는 반면 ‘청소년들의 범죄행태를 날 것으로 그려내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런 논란 속에 <인간수업>은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인기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총 10부로 구성된 <인간수업>은 소재가 주는 선입견을 일부러 깨기라도 하는 듯 선정적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폭력적인 장면도 후반부에 집중돼 있다. 지난 8일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진민 감독(48·사진)은 “직접적인 노출뿐 아니라 선정성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배제한다고 생각했다”며 “폭력 역시 극의 구조에 꼭 필요할 때만 넣었고,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재차 (필요한지) 검토를 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03년 주말드라마 <죽도록 사랑해>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MBC에서만 드라마를 만들었다. MBC를 퇴사한 이후에는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무법 변호사>(이상 tvN)를 연출했다. 온갖 드라마를 섭렵한 김 감독에게도 <인간수업>처럼 ‘센’ 작품은 처음이었다.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김 감독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대본을 읽어본 뒤 ‘이걸 진짜로 한다고? 이거 잘못되면 제작사는 문 닫아야 하고, 나는 연출 그만둬야 하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조언을 구했는데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다루느냐가 문제다’란 말을 들었다”며 “무엇보다 이 대본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넷플릭스랑 하면 좀 더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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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장면들. 남자주인공은 ‘모바일 앱으로 성매매를 알선해 돈을 버는 고등학생’이고, 여자주인공은 같은 반 친구의 범죄사실을 알게 된 뒤 ‘동업’을 제의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이라는 칭찬과 ‘청소년들의 범죄행태가 보기 불편하다’는 비판이 교차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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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알선하는 고등학생 설정

‘이걸 진짜로 해?’ 논란 우려했지만

자극적 소재 선정적으로 안 쓴

대본 믿고 차근차근 준비해 연출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도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드라마 자체가 불편한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렇다고 ‘이건 작품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핑계 댈 문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신 작가의 대본을 믿고,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겁을 먹고 만들지 않을 정도의 대본인가, (드라마를 만들려는) 우리의 의지가 안 좋은 것인가 생각했다”며 “나부터 시작해서 어른들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의 대본은 진한새 작가가 썼다. 진 작가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등으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의 아들이다.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지만, ‘자극적인 소재를 선정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인내심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처음 대본을 볼 때 단순히, 자극적으로 드라마적인 성취를 얻으려는 욕심이나 선정성·폭력성에 기대어 흥행을 하려는 점이 보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글을 믿고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에는 꽤 많은 상징이 나온다. 주인공 지수(김동희)의 집에 있는 소라게의 움직임이나 상황은 지수의 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또 지수는 규리(박주현)가 접어서 버리는 과자봉지를 매번 소중히 간직한다. 김 감독은 “소라게는 은유이기도 하고, 지수의 친구이기도 한데 표현할 여지가 많아서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며 “과자봉지는 저들(지수와 규리)이 다르게 만났다면 첫사랑이었어야 했다는 미련의 표시”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은유를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꿈 장면이 많고 휴대전화 채팅창 등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상징이 강해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즌2’ 기대하는 팬들에겐

“만들어진다면 넷플릭스에 물어야”


<인간수업>은 매회가 끝날 때마다 ‘청소년 상담전화(1388)’를 고지한다. 이는 넷플릭스 측의 제안이었다. 김 감독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소재이다 보니 넷플릭스 측이 미리 여성가족부 등과 정책적으로 협의를 해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며 “드라마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되고, 또 이미 피해자가 있다면 이미 대비책이 있고,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을 장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동의했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이 열린 결말로 끝나면서 벌써부터 ‘시즌2’를 기대하는 팬들도 생겼다. 김 감독은 “연출을 수락할 때 ‘애들이 이 정도 일을 저지르는데, 더 할 것은 없겠네’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했었다”며 “지금도 생각은 변함이 없고, 혹시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넷플릭스 측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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