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드론으로 사람 간격 추적
통행금지나 거리두기 위반시 경찰 통보
싱가포르에선 로봇개가 거리두기 안내
얼굴인식으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
미국 업체 스카이락의 드론이 인도에서 행인들의 간격을 공중에서 측정하는 모습. 코로나 감염을 유발할 정도로 간격이 가까워지면 경찰에 통보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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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한 봉쇄조치가 곳곳에서 완화되면서 각국 정부가 거리로 다시 나온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도록 드론과 로봇까지 동원하고 있다. 사람들이 너무 가까이 모이면 드론이 공중에서 경고 방송을 하고 로봇개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따라 뛰며 간격을 유지하도록 조언한다.
영국 과학매체 뉴사이언티스트는 11일(현지 시각) “미국 드론 업체 스카이락이 이달부터 인도 북부 펀자브주의 도시 여섯 곳과 남부 도시 방갈로르에서 경찰과 함께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드론으로 코로나 예방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드론은 밤에 통행금지를 어기는 사람이 있는지 살피고 낮에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지 지켜본다고 회사는 밝혔다.
◇하늘과 땅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
인도는 지난 3월 25일부터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해 봉쇄조치를 시행했다. 이 조치는 오는 17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코로나 감염이 심한 곳에서는 주민들이 이유를 막론하고 24시간 내내 외출이 금지됐다.
스카이락의 드론에는 카메라와 반경 150m에서 최대 1㎞ 이내의 사람을 인식하는 AI가 장착됐다. 만약 통행금지 시간에 사람이 포착되면 인근 경찰에 통보한다. 드론은 사람이 두 명 이상 포착되면 사람 간의 물리적 거리도 측정한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지면 역시 경찰에 통보한다.
스카이락의 드론이 카메라로 사람을 인식하고 물리적 간격을 측정하는 모습. 코로나 감염을 유발할 정도로 간격이 가까워지면 경찰에 통보한다. |
아마조트 싱 스카이락 대표는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경찰이 사람들이 어디에 모였는지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넓은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일부 주에서 카메라와 스피커를 장착한 드론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알리는 방송을 하고 있다. 중국도 코로나 사태 초기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드론으로 출입 차량을 확인했으며, 독일과 포르투갈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데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땅은 로봇개가 맡는다.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은 지난 8일부터 싱가포르 비샨 공원을 순찰하면서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하는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스폿은 순찰 도중 사람이나 사물과 충돌하지 않도록 1m 간격을 감지하는 안전센서와 공원 방문객 수를 세는 데 사용하는 카메라를 장착했다.
스폿은 2주간 최소 1명의 공원 관계자와 함께 공원 내 리버플레인스 구간 3㎞를 순회하며 사람들에게 “여러분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최소 1m 떨어져 있어 달라”는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공원위원회는 스폿의 카메라와 센서 자료를 토대로 공원 방문객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지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위원회는 2주간 스폿을 시범 운영하고 성과가 좋으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아침과 저녁에 정기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폿은 지난해 9월부터 임대 형식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건설 현장과 석유 저장 시설, 지하 전력 시설 등에 투입됐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미국 보스턴의 브리검여성병원에서 머리에 모니터를 달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대화를 중계하는 데 활용됐다.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
일부에서는 코로나 예방에 드론과 로봇이 도움을 준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사생활 침해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영국 더비셔주 경찰이 공원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논란이 됐다. 사진 속 인물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했지만, 경찰은 코로나 사태에 밖에 나왔다고 모욕을 준 것이다. 인권 단체들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도 경찰이 드론 감시를 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카이락과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모두 드론과 로봇개에 얼굴 인식 기능을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카이락의 싱 대표는 “드론은 사람의 몸과 사람 간의 물리적 간격만 인식한다”며 “드론이 얼굴 인식까지 하면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으로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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