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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흑인청년의 죽음, 美 뒤흔들게 된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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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특종보도 뒤 사건 비디오 공개

코로나 취재제한 불구 10시간 운전 현장확인

워싱턴=CBS노컷뉴스 권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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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체포된 맥마이클 부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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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에서 코로나19 못지않게 관심을 끌고 있는 사건이 흑인청년 아머드 아버리 사망 사건이다.

올해 2월 23일 일요일 대낮에 조지아주 브런스윅에서 조깅을 하던 아머드가 백인 부자(父子)에 의해 영문도 모른 채 총에 맞아 죽임을 당하고도 가해자들에겐 아무처벌도 내려지지 않은 사건이다.

하지만 사망 당시에 촬영된 비디오가 공개되면서 이틀 만에 가해자들이 체포된데 이어 사건은폐의 진상규명을 위한 단초도 마련되고 있다.

사실 비디오가 시민들, 특히 흑인사회의 집단분노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됐지만, 사실은 비디오가 공개되기 9일전에 나온 뉴욕타임스의 특종기사가 비디오 공개의 단초를 마련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자사의 특종보도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 뒷이야기를 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머드가 죽은 뒤 1달 넘은 시간이 지난 지난 4월 초. 조시아 와츠라는 배우겸 작가가 친분이 있던 뉴욕타임스 기자인 킴 세버슨에게 분노에 찬 메일을 보낸다.

사촌(아머드)이 백인 2명에게 쫓기다가 총에 맞아 사망을 했는데도 아무도 체포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와츠는 "50년대에나 일어났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고 썼다.

세버슨은 이 메일을 뉴욕타임스의 아틀란타 지국장인 리처드 포셋 기자에게 전달했다.

포셋 기자는 경찰의 보고서가 가해자들의 이야기에만 의존해 작성됐다는 사실, 가해자 가운데 한명이 그 지역 전직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취재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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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공개된 25세 흑인 청년의 2월 피살 당시 영상(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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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때 역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칠 때였다. 특히 조지아주의 경우는 뉴욕 인근 지역 다음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강했다.

더욱이 그가 있는 아틀란타에서 사건이 벌어진 브런스윅까지는 500km 가까이 떨어져있는 것도 문제였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기자들에게 대부분의 취재를 전화와 이메일, 메신저로만 한정해 하도록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셋 기자는 에디터에게 강력히 현장 취재를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에디터도 당일치기로 출장을 다녀오는 조건으로 현장 취재를 허락했다.

포셋 기자는 곧바로 10시간 가까이 차를 몰고 현장으로 달음질쳤다.

그리고 하룻만에 사건 현장과 중요 관련자들 인터뷰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했다.

그의 첫 보도는 4월 26일 출고됐다. 제목은 '총 2자루, 추격, 죽음 그리고 불기소'였다.

포셋 기자는 첫 보도 이후에도 아틀란타에서 관련 자료를 추가로 모아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폭탄 위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고 회고했다.

포셋 기자의 보도는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민사회단체는 재수사를 촉구했고, 도하 언론사가 관련 내용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열흘이 못돼 사건 당시 현장을 촬영한 휴대폰 동영상이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 제보됐다.

제보자는 사건을 맡은 그 지역의 변호사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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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청년 총격 살해 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조깅 중이니 쏘지 말라'고 적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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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촬영자는 가해자들과 한 동네에 사는 주민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은 처음에는 강도를 추격하는 줄 알고 맥마이클 부자를 돕기 위해 휴대폰 촬영 버튼을 눌렀다고 한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목격하고는 몇 날 며칠을 잠을 못 잤다고 한다.

주민은 또 영상의 출처가 자신임이 알려진 이후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언론에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이번 가해자들에 대해 '증오범죄'(hate crime)로 기소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법무부의 케리 쿠펙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증오 범죄 혐의가 적절한지를 결정하기 위해 모든 증거를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조지아주 법무장관이 지역 경찰과 검찰의 가해자와 유착 여부와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 가능성 등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의 조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매우 불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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