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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돈도 쥐꼬리만큼 받는 게…" 끝없는 경비원 대상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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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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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주차 문제를 시작으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건은 지난달 21일 오전 한 입주민이 아파트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미는 경비원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며칠 뒤 경비초소로 끌고 가 폭행을 가했다. 결국 모멸감에 시달러딘 경비원은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사진은 지난 12일 오전 경비원이 근무하던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초소의 모습.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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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폭행당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경비원이 스스로 죽음을 택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만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경비원 대상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자적 지위에 놓인 경비원의 불안정한 신분을 보장하고 갑질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돈도 쥐꼬리만큼 받는 게" … 1시간 동안 통행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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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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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폭행으로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해당 경비원은 결국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사자를 처벌해 경비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국민청원은 13일 낮 2시30분 기준 30만에 달하는 시민이 참여할 정도로 국민적 분노를 일으켰다. 경찰도 지난 12일 경비원 폭행 혐의를 받는 해당 입주민을 출국금지조치하는 등 수사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일명 '갑질'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한 남성이 경비원이 차단기로 통행을 막았다는 이유로 승용차로 정문 차단기 앞에서 1시간 동안 차량을 세워놓고 다른 차량의 통행을 막아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남성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A씨에게 "얼마나 잘났기에 이런 아파트에서 근무하냐"며 "급여도 쥐꼬리만큼 받으면서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느냐"고 A씨를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11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술에 취한 입주민이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경비원을 무차별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

정부는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갑질이 계속되자 2017년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 입주자 등 관리 주체가 경비원에게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지 못하게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규정으로 아직도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


반복되는 경비원 대상 갑질 … 전문가 "신분 보장하고 처벌 명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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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주차 문제를 시작으로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건은 지난달 21일 오전 한 입주민이 아파트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자신의 차량을 미는 경비원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며칠 뒤 경비초소로 끌고 가 폭행을 가했다. 결국 모멸감에 시달러딘 경비원은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사진은 지난 12일 해당 아파트의 경비실이 비좁고 열악한 환경을 보이는 내부 모습.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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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해 4월 한국주택관리연구원이 아파트 근로자 272명을 조사한 결과 근로자의 26.5%가 입주민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72.3%가 인사 불이익 등 보복 때문에 부당한 지시에 따라야 했다.

경비원은 보통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용역업체에 소속된 경비원을 간접 고용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에 직접 고용한다. 단기 계약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입김이 쎌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경비원 갑질 문제는 금지 규정을 세운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경비원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갑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위·수탁 관계로 맺어진 경비원은 신분 보장이 안 돼 법적으로 주어진 역할 외에도 많은 일을 암묵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며 "경비원의 고용 신분을 명확하게 보장해주고 구조적 우열 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고용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비원 갑질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경비원을 고용한 고용 업체, 입주민대표회의 등 사건 발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에게 공동 책임을 묻는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주택법률학회 소속 김미란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도 "근본적으로 경비원 대상 갑질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경비원의 약자적인 지위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포괄적으로 운영되던 경비 업무를 현실적인 업무로 체계화하고 경비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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