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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갑질 없는 곳에서 평안하길"…'아파트 경비원' 눈물의 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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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가 얼마나 착한데, 아이고 불쌍해.”

14일 오전 5시20분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주민과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 경비원의 노제가 엄수됐다. 최씨의 여동생은 이 자리에서 “우리한테 말이라도 하지 그렇게 맞고 있냐”며 “이런 데서 사람 대우도 못 받고 일하면서…”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했다.

세계일보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주민 괴롭힘에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최희석 경비원의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이날 오전 노원구 상계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지낸 뒤 고인이 생전에 근무하던 아파트로 이동해 노제를 치렀다. 아파트 경비 초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운구 차량이 도착하기 전인 이른 새벽부터 10여명의 주민이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모였다.

국화꽃과 간단한 음식, 향초가 마련된 분향소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아저씨의 착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갑질 없는 곳에서 평안하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추모 메시지가 가득 붙어 있었다. 주민들은 차례로 서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분향하고 막걸리 한 잔을 따라 올리기도 했다.

주민 정옥자(63)씨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렇게 보내는 마음 미안하고 아쉽다. 이승의 슬픔과 서러움을 훌훌 벗어버리고, 다시 사는 세상에서는 부디 꽃길만 걷길 바란다”며 “당신을 기억하며 당신이 꿈꾸던 ‘착한 세상’을 가꿔가겠다”는 말을 끝으로 낭독을 마무리하고 노란 편지지를 태워 하늘로 올려보냈다.

지난달 주차 문제로 주민 A씨와 다툰 뒤, A씨로부터 지속해서 폭행과 폭언을 당해온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지난 10일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달 말 A씨를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 모임’으로부터도 고발당한 상태다.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해당 아파트 입주민이 올린 ‘저희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에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33만8900여명이 동의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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