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20일 예정대로 등교” 교육부 발표 다음날…‘등교 미루라’ 청원 20만 돌파
오는 20일로 예정된 고3 등교 개학과 관련해 입시 일정 등을 이유로 ‘연기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교육부 발표가 나오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여파가 학원가를 덮치고,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거나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교직원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등교 이후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스승의날인 1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빈 교실에서 한 선생님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
◆“수능 때문에 애들을 생지옥으로” “수능 연기하면 안되나”
지역 맘카페와 교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등교 강행’과 관련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고3 수험생 엄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3월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계획이나 대책 없이 하루하루 미루다가 수능 때문에 애들을 생지옥으로 들이민다”고 당국의 대처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수험생 부모는 “이 시국에 가도 걱정, 안 가도 걱정”이라며 “발등에 불 떨어졌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복잡한 심정을 나타냈다.
한 학부모는 “수능일을 내년 6월로 바꾸지 않는 한 등교가 미뤄지긴 어려울 것 같다”며 “고3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무너졌을 텐데 왜 수능일 연기를 검토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방역업체 관계자가 교실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상황이 이제 지친다” “등교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라면 걱정되지만 교육부 결단에 따르겠다” 등 등교 관련 논쟁이 지속하면서 ‘자포자기’ 심정을 내비친 학부모도 감염 걱정은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인천 학원강사로부터 3차 감염된 10살 초등학생 사례가 나오자,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은 “등교가 불안하고 걱정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4월24일 올라온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청원은 15일 오전 동의 수 20만명을 넘어서며 청와대의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청원자는 “학교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장소로 집단감염의 우려가 크다”며 “원격수업 장기화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 글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 10일 15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전날(14일) 19만명대를 넘었다. 이날은 교육부가 “고3의 등교 개학 연기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온 날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학원 모습. 뉴스1 |
◆이태원 방문 학원강사발 집단감염…‘깜깜이 전파’ 장담 못해
등교를 재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인천 학원강사발 학원가에 퍼진 이후에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3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인천 학원강사 A(25)씨가 초기 역학조사 때 ‘무직’이라고 속이면서 접촉한 수강생들을 사전에 격리조치 하지 못하면서 A씨 관련 확진자는 15일 기준 15명까지 늘었다. A씨 관련 2·3차 확진자만 학생 10명, 성인 5명인데 이중 4명은 A씨와 접촉 없이 3차 감염을 일으켰다.
이 가운데 이태원 클럽을 찾은 고3 학생 사례도 나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서울 소재 예술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 학생은 지난달 26일과 이달 1~3일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두 차례 실기 수업을 위해 학교를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생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날 교육부는 ‘등교 연기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황금연휴 기간인 지난 4월24일부터 5월6일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교직원은 전국 880명(원어민 보조교사 366명, 교직원 514명)에 이르고,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교직원은 41명(원어민 보조교사 34명, 교직원 7명)이라고 전했다. 영어유치원이나 학원강사들은 해당 통계에서 빠진 만큼, 통계에서 누락된 숨은 확진자가 나온다면 학교 내 집단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온다. 특히 외국인이 자주 가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특성상 원어민 강사가 있는 초중고교나 학원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원 등 교육부·서울시·서울시교육청 다중이용시설 방역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학원가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키로…잠재위험은 여전
A씨로 인한 2, 3차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자, 교육부는 학원가에 특별히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적용하기로 했다. 학원에 원격수업을 강력히 권고하고, 영업하면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학원은 휴원 등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 강화 긴급회의’에서 “지난 13일부터 학원 강사 전체에 (이태원 방문 여부 등) 점검을 시작했다. 학생·학부모들께서는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달라”면서 “4월29일부터 5월6일까지 이태원 유흥업소에 방문한 모든 분이 신속히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아직 이태원 클럽 방문자 1200명이 진단검사를 받지 않았다. 이들과 밀접 접촉한 이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아진다. 방역당국은 클럽 출입자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허위로 작성한 방문자들을 파악하고자, 이동통신 기지국 접속기록과 폐쇄회로 TV 등 IT기술을 활용해 이태원 일대 방문자를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집단감염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내주 등교 이후 이 같은 조치가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당장 이번 주말이 중요해졌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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