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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노화로 낡은 심장의 문, 가슴 열지 않고 인공판막 넣어 고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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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그루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교수

중앙일보

심장의 문(門)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은 닳거나 좁아지기 쉽다. 기존에는 가슴을 열어 치료했지만 최근엔 수술 부담을 줄인 시술법이 주목받는다.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작아 고령자나 수술이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지난 12일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홍그루(53·대한심장학회 홍보이사)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최신 치료법을 들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판막은 심장 내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조절한다. 대동맥판막은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판막으로 문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며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낸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판막이 노화하며 점점 굳는 질환이다. 판막이 굳어 잘 열리지 않으면 혈액이 흐르는 입구가 좁아져 혈액의 흐름이 감소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심장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심부전증이 발생해 2~5년 내 사망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다.”



-원인과 증상은 뭔가.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평생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는 판막은 닳고 노화해 기능이 떨어지기 쉽다. 판막에 칼슘이 들러붙어 딱딱하게 변하는 퇴행성이 흔하게 나타난다. 이 밖에도 어릴 때 류머티즘성 열을 앓은 후유증으로 판막이 딱딱해지고 뒤틀리거나 선천적으로 판막 구조에 결함이 있는 경우에 생길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있으면 온몸에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해 호흡곤란, 흉통, 원인 모를 실신 등이 나타난다.”



-고령자 중에서도 어떤 사람에게 잘 발생하나.



“고령자라고 모두 대동맥판막 협착이 생기진 않는다. 판막에 압력이 많이 가해지는 고혈압이나 심장에 부담이 큰 비만, 칼슘이 많이 쌓이는 만성 콩팥병 등이 판막의 퇴행성을 촉발하는 요인이다. 이런 질환이 있는 노인이라면 발생 위험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초기엔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더라도 평소와 다르게 숨이 차거나 가슴이 아프다면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치료 방법은 뭔가.



“근본적인 치료법은 병든 판막 대신에 인공 판막을 넣는 것이다. 증상이 있고 심장 기능이 떨어졌거나 판막 탓에 동반 질환이 발생했다면 새 판막을 넣는다. 그 전엔 약물치료를 하면서 지켜본다. 기존엔 새 판막을 넣으려면 가슴을 열고 심장을 멈추게 한 뒤 수술했다. 고령자나 심장·콩팥 등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수술 위험도와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위험도가 높아 치료를 받지 못했다. 최근엔 가슴을 열지 않고 허벅지 부위를 작게 절개해 동맥으로 도관을 넣은 다음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시술이 이뤄진다. 이것이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이다. 시술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으며 심장을 열지 않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작고 회복이 빠른 편이다.”



-인공 판막 기술은 얼마나 발전했나.



“심장판막 질환에서 수술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거나 죽는 일은 이제 없다. 인공 판막 기술의 발전으로 치료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TAVI에 사용되는 인공 판막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 상용화된 제품으로는 자가확장형·풍선확장형 인공 판막이 있다. 풍선확장형은 위치를 잡고 난 뒤 풍선을 확장해 인공 판막을 펼쳐 장착시킨다. 반면에 자가확장형은 원래 크기대로 돌아가려는 소재(형상기억 합금) 특성상 판막 크기나 모양에 맞게 인공 판막이 자리를 잡는다. 환자의 판막 상태를 두루 고려해 적합한 인공 판막을 선택한다. TAVI 시술은 인공 판막을 꿰매 고정하지 않아 피가 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요즘엔 인공 판막 바깥에 조직을 덧대 혈액의 누수를 줄이는 식으로 진화했다. 인공 판막이 기존 판막보다 더 위에 자리 잡게 해 혈액이 통과하는 면적을 넓게 만들어 주는 디자인도 나왔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을 것 같은데.



“최근 94세 할머니가 병원에 왔다. 병원에 오기 일주일 전만 해도 밭일을 할 만큼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했는데 갑작스럽게 숨찬 증상이 나타났다. 동네 병원에서 심부전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대동맥판막협착증 탓에 심부전으로 악화한 사례였다. 치료하지 않았다면 며칠 내 사망할 정도로 위중했으나 TAVI 시술을 받은 뒤 건강하게 퇴원했다. 고령자에게 TAVI는 새로운 치료의 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치료를 고려 중인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고령이라고, 수술할 수 없는 상태라고 치료를 포기해선 안 된다. 이럴 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게 현명하다. 수술·시술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판막 전문가를 포함한 다학제팀과 상담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을 것을 권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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