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사과, 망언·물세례 없었던 기념식
여야 함께 진실 규명, 통합과 전진 이끌어야
5·18 희생자들은 한때 폭도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으나 1995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됐고, 이 법에 의해 12·12 쿠데타 주역들이 처벌됐다. 1997년엔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2001년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유공자 예우를 받게 됐다.
하지만 온전한 진상 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초의 발포 명령 책임자, 인권 유린과 암매장 의혹, 헬기 소총사격의 경위와 진상 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다행히 지난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돼 지난 12일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첫걸음을 뗀 게 그나마 수확이라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기념식에서 “진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마음속 응어리가 하나씩 풀리고, 우리는 그만큼 더 용서와 화해의 길로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용기를 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진상 규명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다짐대로 진실 규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다. 이번에야말로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혀 숭고한 희생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게 남은 자들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무다.
더불어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 통합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도 매진해야 한다. 그동안 5·18을 둘러싼 진영 간, 여야 간 대결과 일부 극우 인사들의 망언이 정쟁과 분열의 불씨가 됐었다. 성난 일부 광주 시민들은 야당 대표를 향해 물세례를 퍼붓는 등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어제 기념식은 달랐다. 망언도, 야유도, 몸싸움도 없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공개 사과를 광주 시민들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보였다.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었다”며 “5·18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공개 사과했다. 늦었지만 적절했다. 어제 기념식엔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당선인 177명 전원, 광역단체장들도 참석했다. 5·18이 더 이상 갈등과 분쟁이 아니라 통합과 전진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소중한 자리였다.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