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속 미셸 피콜리 |
프랑스의 명배우 미셸 피콜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의 유족은 18일 뒤늦게 부고를 냈다. 사망 원인은 뇌졸중이다. 아내와 가족 품에서 편안히 눈을 감았다고 전해진다.
피콜리는 1945년부터 80년 동안 영화 230여 편에 출연한 베테랑 연기자다. 대중·예술영화 구분 없이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프랑스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세계적으로 처음 주목을 받은 작품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사랑과 경멸(1963).’ 아내와 극심한 불화를 겪으면서도 호메로스의 고전 ‘오디세이’를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소설가를 사랑스럽고 능청스럽게 표현했다. 훗날 그는 이 배역에 대해 “고다르와 99% 가까웠다”고 했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피콜리는 당대 유럽의 걸출한 감독들이 연출한 영화에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자크 드미 감독의 ‘로슈포르의 숙녀들(1967)’, 앨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토파즈(1969)’,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붉은 결혼식(1973)’,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의 ‘어둠 속의 도약(1980)’, 레오 카락스 감독의 ‘나쁜 피(1986)’, 자크 리베트 감독의 ‘누드 모델(1991)’,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시몽 시네마의 101의 밤(1995)’ 등이다. 특히 ‘어둠 속의 도약’에서 자기를 키워준 누나의 정신적 문제를 걱정하다 질투하기에 이르는 판사 마우로를 훌륭하게 그려내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노년에도 배우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난니 모레티 감독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2011)’, 알랭 레네 감독의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2012)’, 베어트란트 만디코 감독의 ‘노트르담 데 호르몬(2014)’ 등에 출연해 익숙하고 능란한 멋을 보였다. 피콜리는 생전 좋은 연기에 대해 “허세나 가식 없이 순수한 표현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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