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위기]오프라인 신청 첫날 창구 북새통
“재난지원금, 마스크 사는날 신청하세요” 18일 경기 고양시 주엽1동 주민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재난지원금을 온라인이 아닌 현장에서 신청할 수 있는 첫날인 이날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와 은행 창구마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일부는 5부제 시행 여부를 몰라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고양=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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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하도 안 받아서 직접 은행에 왔는데 가구주가 아니라 신청 못 한다고 하네요.”
18일 추모 씨(65)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러 서울 마포구 신한은행 만리동지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가구주인 남편을 대신해 신청하려고 했는데 은행에선 가구주 본인만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추 씨는 “우리 아저씨(남편)는 몸이 불편해 내가 나왔는데 가구주만 신청할 수 있는지 몰랐다”며 “온라인은 어려워 은행 현장 접수만 기다렸는데 허탕을 쳤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날인 18일 전국 읍면동 주민센터와 은행 창구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다. 온라인과 자동응답시스템(ARS) 신청에 불편함을 느끼는 60대 이상 고령층이 많았다. 5부제 시행 여부나 대리 신청 기준을 잘 몰라 헛걸음한 사람도 많았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신청자 280여 명이 다녀갔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는 회의실 밖 복도에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길게 줄을 지어 기다렸다. 서울 성북구 정릉4동 주민센터에도 오전에 신청자 150여 명이 찾았다. 주민센터 직원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부터 12명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고령층이 많이 사는 지역의 은행 지점에도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려는 고객들이 밀려들었다. 신한은행 만리동지점에는 오전 10시경 대기인원이 40명가량 됐다. KB국민은행 미아역점도 이날 오전 11시에 이미 신청 대기 인원이 50명을 넘겼다. 신청자가 몰리자 아예 지점 내 컴퓨터를 이용해 별도로 온라인 신청을 안내하기도 했다.
15일부터 재난지원금 신청이 금융회사 상담센터(콜센터)나 ARS로도 가능했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상만 씨(79)는 지난주 여러 차례 ARS로 신청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입력해야 하는 정보도 많고 전화기에서 나오는 음성을 잘 알아들을 수 없어서다. 김 씨는 “다리가 불편해서 집에서 신청하려고 했는데 직접 방문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이 고령층이라 신청서 작성부터 시간이 걸렸다. 미리 작성하지 않고 있다가 순번이 돼서 창구에 앉은 다음 뒤늦게 작성하는 사람도 있었다. 재난지원금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기부되지 않는지를 두세 차례 직원에게 확인받기도 했다. 실제로 한 은행 지점에서 나눠준 신청서에는 재난지원금을 기부하지 않겠다는 항목을 형광펜으로 표시해 놓기도 했다.
온라인 신청 때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도 공적마스크처럼 ‘5부제’가 시행됐지만 이를 몰라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18일 월요일은 출생연도가 1, 6으로 끝나는 시민들만 신청할 수 있었다. 신한은행 만리동지점을 찾은 황모 씨(80)도 신청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황 씨는 “나이가 많아 잘 알아들을 수 없는데, 자꾸 헛걸음하다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연희동 주민센터에서는 직원들이 쉰 목소리로 “5부제 마스크 사는 날과 같은 날에 오셔야 한다”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한 남성이 “주변 지인은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오늘 신청하던데 왜 여기만 안 되느냐”며 항의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이런 수요를 감안해 5부제상 접수가 불가능한 고객들의 신청도 받아줬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고령자, 장애인이나 빗길을 뚫고 방문한 분들을 그냥 돌려보내기가 어려웠다”며 “우리 지점은 출생연도에 관계없이 신청을 모두 받아줬다”고 했다.
북새통을 이룬 재난지원금 신청과 달리 18일부터 전국 7개 은행 창구에서 접수하기 시작한 소상공인 2차 긴급대출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1차 때 1.5%였던 금리가 3, 4%대 수준으로 올랐고 돈이 급한 사람 상당수가 1차 때 대출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이건혁·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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