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공론화委 우후죽순
“일반 시민이 직접 정책 결정”
의사결정 부담되는 件 떠넘겨… 사회적 합의커녕 ‘책임회피’ 이용
“본래 취지 퇴색… 전문성 보완 시급”
현 정부 들어 각종 위원회가 정책 결정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2017년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시민참여단이 중심이 된 공론화위원회에 맡기면서부터다. 시민이 직접 공론의 장에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면 갈등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공론조사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늘었다. 그러나 국가적으로 중대한 결정을 일반인들에게 맡긴 것을 두고 정부가 민간에 책임을 전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공론화를 강행했다가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거나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긴 사례도 많았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위해 구성됐다가 결론을 못 내고 활동을 종료한 국가교육회의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당시 3개월간 예산 20억 원가량을 투입하고 시민참여단 490명이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을 두고 교육부가 일반인에게 결정을 떠넘겼다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정을 민간인이 중심이 된 외부평가위원회에 전부 맡겼다가, 위원회가 후보들을 모두 탈락시키면서 파문이 생긴 바 있다.
이 같은 위원회는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제주도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를 공론화에 부쳐 ‘개설 불허’ 결론을 냈다. 부산시는 2018년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 사업 재개 여부를, 광주시는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찬반 논란이 계속됐던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일반인들에게 각각 맡겼다. 주민 간 대립이 심한 쓰레기 소각장 건설 문제(경남 김해시와 충남 서산시)나 공공시설물이 아닌 쇼핑몰 입점(경남 창원시) 문제까지 공론화에 부치기도 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정책학회장)는 “공론조사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보완하지 못하면, 결국 각종 위원회는 공무원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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