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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수도권 규제 풀어 기업투자 유도… 지방 반발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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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장총량제 등 완화 추진

홍남기, 경제심리 회복 주문 불구

與 내부 ‘대기업에 유리’ 목소리… 국토부-환경부도 반대 가능성

정부가 국내 기업의 유턴을 활성화하기 위해 그간 신중하게 접근해 온 수도권 규제 완화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여건을 녹록지 않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지방 균형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기업이 원하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의 직접 지원 방안에 더해 민간의 투자 의욕을 제고하고 경제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규제 혁파 등 비재정적 대책을 창조적으로 발굴해 달라”고 주문했다. 단순히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 등으로는 기업의 투자심리를 일으키기 힘든 상황인 만큼 기업들이 원하는 규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감 없이 내달라는 주문이다.

정부가 현재 기업의 유턴 지원 대책으로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장총량제는 서울과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한 면적을 정해 이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m²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규제다. 과밀억제권역은 공장의 위치를 이동하는 것만 가능하고 면적을 늘리는 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공장 시설을 확장하거나 창고를 만들려 해도 수도권 외부에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각종 보조금과 법인세, 소득세 감면 혜택이 비수도권에 제한돼 있는 점도 부담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입지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범위 완화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유턴에 대한 의지를 환영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인센티브나 규제 완화가 없이는 기업들의 국내 복귀가 어렵다고 지적해 왔다. 약간의 세제 지원이나 일회성 조치들만으로 기업들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한국으로 돌아올 유인이 약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정부의 조치는 그다지 내세울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4년 유턴지원법을 만들고 다양한 정책을 펼쳐 왔지만 한국에 돌아와 현재 공장을 가동 중인 곳은 지난달까지 40곳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한 수도권 규제 완화 등 ‘통 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다만 수도권 규제 개혁은 정부 내 다른 부처들뿐 아니라 여당 등 정치권 및 지자체의 반발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우선 국토 균형발전의 기조에 역행하는 데다 환경 훼손 우려가 커질 수 있어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부처들이 반대할 공산이 크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곧 재벌 대기업에 유리한 조치라는 논리를 내세우는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크기 때문에 향후 관련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기업 유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 등으로 여러 차례 강조한 사항이라 이 같은 반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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