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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통합당, 청년 정치 바라면 고인 물인 당 청년조직부터 없애야”[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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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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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최고위원은 13일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현장에서 젊은 당원을 모집하는 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젊은 도전자들의 주장에 호응하고 표를 주는 당원이 늘지 않으면 청년 정치도, 당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청년들이 자신만의 정견·정책으로 표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청년 타이틀이 붙은 자리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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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


《정치권에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늘 수혈로만 연명하는 조직이 정상일까. 적지만 늘 일정수의 청년 국회의원들이 당선되고, 각 당에는 청년 조직이 수두룩한데 왜 여전히 청년 수혈이 필요한 걸까.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35)은 “비례대표, 당 최고위원에 청년 몫을 배정하는 건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청년 정치를 마이너리그로 계속 남겨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12월, 26세의 나이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20대와 이번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비례대표에 청년 몫을 배려하는 게 마이너리그를 만드는 일이라니….

“청년 정치, 청년 정책이란 게 별도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 허상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닌가 싶은데…. 예를 들어 경제가 살아나면 전체 일자리가 늘면서 청년 취업도 함께 느는 거지 청년만 콕 집어 늘릴 방법은 없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청년 정치가 뭔지 규정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비례대표의원에 청년 한두 명 집어넣고 청년 정책을 하라는 게 청년 정치처럼 됐다. 가장 힘없는 초선 비례의원에게. 지금 정치권에서 청년 몫으로 자리를 주는 것은 젊은층에 대한 배려나 시혜성이 아닌가 싶다.” (당신은 청년 몫 혜택을 보지 않았나?) “나는 ‘청년’ 타이틀이 붙은 자리를 한 번도 맡은 적이 없다.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때도 청년 최고위원 분야가 아닌 일반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 청년으로 나오면 기탁금이 1000만 원인데 일반은 5000만 원이다. 그리고 당 청년위원회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청년 정치인이 청년위원회를 없애겠다고 공약했다고?

“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대위원이 되니까 지역별 당 청년위원장들이 술 한잔하자고 해 만났다. 그랬더니 ‘형들이 열심히 해왔으니 우리를 잊으면 안 된다’는 거다. 지금 정당의 청년위원회는 솔직히 ‘야인시대’에 나오는 조직과 별로 다르지 않다. 폭력을 쓴다는 건 아니고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버티며 연공서열을 형성하는 구조다. 이 구조가 새 물이 들어오는 데 장벽을 만든다. 통합당이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느냐면, 청년위원회가 워낙 고인 물인데 없앨 수가 없으니까 회피해서 대학생위원회 미래세대위원회 차세대여성위원회 이런 걸 별도로 자꾸 만들게 된다. 당신이 전에 인터뷰한 손수조 전 새누리당 부산 사상 당협위원장이 미래세대위원장을 한 이유가 그런 까닭이다.”

―문제의식은 알겠는데 그렇게라도 배려하지 않으면 어떻게 키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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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한나라당 비대위원회 출범식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준석 비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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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타이틀에 연연하지 말고 사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공정하게 선발해 당직을 주고 활동할 수 있게 하면 된다. 나이를 따질 필요도 없다. 신인이 당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 없이 의원만 몇 석 청년 몫으로 떼 주는 지금 방식은 뭔가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계속 마이너리그를 만드는 거다. 물론 동시에 너무 짠 당원 구조를 희석시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짜다는 건…국민의 보편적 성향과 차이가 크다는 말인가.) “지금 통합당은 젊은 도전자들이 자기만의 참신함, 감각으로 정견·정책을 말해도 그에 호응하는 당원이 적다. 이게 청년들의 도전을 위축시키는 이유다. 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생각을 가진 당원들을 늘려 젊은 도전자들의 말에 호응하고 표를 주는 변화가 생긴다면 굳이 청년이란 타이틀을 붙인 자리를 만들 필요도 없다.”

―청년 정치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구 관리다. 조직책들에게 활동비도 줘야 하고….

“난 4년 동안 관리하면서 한 번도 활동비를 준 적이 없다. 그래서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아마 모든 통합당 당협위원장들이 겪는 문제일 텐데, 지역에 공화당 민정당 때부터 내려오는 고문, 자문위원분들이 있다. 20대 총선 때인데 그분들 중 일부가 취해서 나타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커피 내와라’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사고를 쳤다. 다음 날 자원봉사자들이 전부 그만두겠다고 하더라. 이번 총선에서는 처음부터 ‘지역 유지 쫓아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욕 많이 먹었을 것 같은데….) “선거 전날까지 엄청 씹어대는 사람들도 있고, 누구는 또 700표는 날아가게 하겠다고도 하고… 근데 솔직히 지금 대한민국의 어떤 유지도 ‘누구 찍어라’ 이러지 않는다. ‘찍지 마라’는 더더욱. 정치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너무 과도하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한다.”

―통합당은 강성보수 유튜버에게 더 휘둘리지 않나.

“나는 유튜브 채널을 안 한다. 선거에 영향이 없어서다. 100만 구독자라 해도 전국 250개 지역구로 나누면 동네에서는 4000명밖에 안 된다. 10만이면 400명이고.” (400명이 적은가?) “그 400명은 굉장히 보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인데…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우리를 찍을 사람들 아닌가. 유튜브는 구독자를 타기팅해서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에 동네 선거에서는 영향력이 별로 없다. 이번에도 보수 유튜브 채널 가보면 ‘바람이 분다’ ‘판세가 뒤집어졌다’고 했지만 바람이 어디서 불었나. 영향이 없다는 게 증명된 거지. 서로 뻥만 쳐주는 방송을 한 거다.”

―좀 지나긴 했지만 총선에서 당 지도부 역할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19대 총선 때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비교해 보면 황교안 대표는 누군가를 제지해야 할 때 못했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야 할 때 안 했고,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지 않았다. 뭘 안 했음으로 다 귀결됐다. 차명진 후보의 막말 사건 때 황 대표가 회의에서 중앙당 윤리위가 차 후보 제명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차 후보는 당시 당협위원장이 아니라서 당헌·당규상 경기도당 윤리위에서도 제명할 수 있다고 알려줬다. 박근혜 비대위에서 몇 번 그렇게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도당 운영위를 소집해 최종 처리해야 하는데 운영위원들이 다 모이지 않을 것 같다고 하더라. 운영위원 대부분이 선거 후보들이다. 자기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데 소집하면 명함 돌리다가도 온다고 했지만 결정을 못했다. 그래서 아니면 최고위원회는 당무에 관한 전반적인 상황을 논의할 수 있으니 긴급징계권을 쓰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 쓰겠다고 했다.” (왜?) “갑자기 법학자가 됐다. 3일 후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에게 전화가 와 주말 사이에 지지율이 푹 떨어졌다고 빨리 회의에 와 달라고 했다. 그런데 차 후보에게 우호적인 위원들이 안 와서 정족수가 안됐다. 화상통화로 회의를 열어 제명안을 통과시켰는데 그때 쓴 게 긴급징계권이다. 그때가 만약 당 상황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 또는 전쟁이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달랐나.

“19대 총선에서 강남 서초 송파는 현역 의원을 전부 날린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는데 송파을 유일호 의원만 예외로 살아남았다.” (이름 덕일까?) “응? 예외가 없었으면 모르겠는데 생기니까 당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과 함께 모 의원을 살려 보자고 작전을 짰다. 다음 날 아침에 박 비대위원장과 조찬이 있으니까 내가 운을 띄우고 두 분이 지원사격을 해주는 걸로. 만나서 내가 ‘저… 위원장님, 모 의원은 열심히 했고…’ 하고 운을 띄웠는데 나를 딱 보더니 ‘저보다 그분을 더 잘 아세요?’라고 하더라. 아이고, 무서워라. 정말 무서웠다.” (지원사격은?) “지원사격은 무슨… 암말도 못하더라. 사실 예외가 생겨서 좀 소란스러웠는데 한 방에 정리한 거지.”

―있는 사람에게 좀 미안한 질문인데, 통합당에 희망이 있다고 보나.

“미련을 못 버린 부분이 있어서….” (미련?)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시도를 해보면서 기존 보수정당이 있는데 새로운 걸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느꼈다. 있는 걸 고쳐 써야 하는 게 현실인데… 2011∼2012년 이명박의 한나라당이 박근혜의 새누리당으로 바뀌는 과정에 내가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변화가 완전히 밭을 뒤엎어 버릴 정도의 큰 과정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다.” (구체적으로 뭘 하면 달라질 거라는 건가.) “앞서 말했지만 탄핵, 선거 참패, 탈당 등을 거치면서 당 하부 구조의 짠맛이 너무 강해졌다. 그런 당원 위에 전국위원회, 최고위원회, 당 대표, 대선 주자들이 있다 보니 국민의 평균적인 상식 및 생각과는 너무 다른 말과 행동들이 버젓이 나오는 거다. 염도가 너무 높아 눈에 닿으면 실명할 정도로….”

―김세연 의원이 당 해체를 주장하는 이유도 같은 문제의식 때문인 것 같은데….


“김 의원은 당을 해체한 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모이면 국민 평균에 가깝게 갈 거라 보는 거고, 나는 당원을 늘려 그 짠맛을 희석시키자는 쪽이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표 빼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황 대표가 5만3000표를 받았다. 2위인 오세훈 후보는 2만1000표. 당내 온건 보수와 강경 보수의 차이가 이 3만 명 정도인 셈인데 이 정도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좀 더 젊고, 상식적인 당원 3만 명만 더 들어오면 지금의 강한 짠맛을 이겨낼 수 있다. 지금까지 보수정당에서는 이런 시도가 없었는데, 당의 모습을 놓고 다들 걱정하지만 사실 그렇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본다.”

※국회 본관에서 인터뷰를 끝내고 그는 임시출입증을 반납하러 민원안내실로 향했다. 당연한 일을 굳이 언급한 것은 의원은 아니라도 당 최고위원이 임시출입증을 받아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에 한 발만 걸쳐도 그들은 출입증도 없이 국회를 제 집처럼 드나드는 걸 당연시 여긴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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