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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유니콘 집착 말고 ‘1000억 벤처 1000개’ 키우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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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전 단계 기업 50~60개 불과
글로벌 기술력 가진 기업 더 나와야
한국 풀뿌리 창업 인프라 구축 필요
지자체 차원 스타트업 타운 구성
대학은 창업허브 역할 할 필요성
비대면 의료 등 적재한 문제 풀고
중기·벤처 지원 제도도 확대해야


파이낸셜뉴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사진=박범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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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기업가치 1조 이상의 비상장기업)에 집착할 필요 없다."

최근 서울 왕십리로 소재 한양대에서 만난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에게 '최근 한국 벤처 생태계에 불고 있는 유니콘 바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나온 대답이다. 한국벤처학회장으로서 학계를 대표하고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으로서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하고 있는 한 그가 역설적이게도 유니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한 이사장은 "유니콘도 좋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유니콘 전 단계의 '히든챔피언'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한다"면서 "현재 1000억 밸류(가치)의 벤처기업이 50~60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풀어서, 글로벌 기술력을 가진 1000억 벤처를 10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풀뿌리 창업 인프라' 강화하자"

최근 '제2 벤처붐'이 불고 있을 정도로 벤처기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한 이사장의 눈에는 여전히 아쉬운 것 투성이다. 특히 그는 '풀뿌리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풀뿌리 조직은 대학과 지방자치단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한 이사장은 "과학자나 엔지니어 등 우수한 전문가들의 참여비율이 약하다. 특히 대학의 역할이 굉장히 부족하다"면서 "잘 되는 나라들을 보면 대학이 지역 창업 생태계에서 허브 역할을 한다. 대학이 단순히 연구만 하는 곳이 아니라, 창업을 지원하는 곳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이 창업지원단이나 기술지주를 만들어서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내부 인사를 쓰면 망한다. 외부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 지금도 리딩 대학들이 500억원 규모 이상의 펀드를 만들고 있는데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이사장은 도시 경쟁력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이 도시 경쟁력은 높지만 창업 생태계 부문에선 세계 2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며 "서울 역삼로에 마루180과 팁스타운을 비롯해 작은 '스타트업 타운'이 조성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공주택 등의 정주여건을 만들어서 스타트업에 관심있는 국내외 인력들이 모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한 이사장은 코로나19로 파생된 위기를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벤처업계에 위기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위기 극복이란 차원에서 금융지원으로 생존력을 유지시키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비대면 의료 같이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푸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에게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태계 구축"이라면서 "좋은 인력들이 벤처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게 스타트업 근무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내일채움공제를 확대하고, '중소벤처기업 역소득세' 등의 제도를 도입해 기업들을 보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 저변 확대하고파"

지난해 한양대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명예교수가 된 그는 지난 연말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6개월 동안의 소회를 묻자 그는 "재단이 만들어질 때부터 이사로 참여해서 기본 틀을 잡아놨다. 9년 동안의 활동이 자리잡은 상태다. 보다 사회적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중"이라고 답했다.

아산나눔재단과 마루180은 단순히 스타트업만 보육하는 곳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기업가 정신'을 뿌리내리게 하는, '기업가 정신' 보육기관이다.

한 이사장은 "현재 재단에선 중·고등학교 선생님과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이해시키고 활성화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는데 반응이 좋다"면서 "지난해부턴 외국인, 경력단절여성, 탈북청년 등 소외계층들의 창업을 돕는 아산상회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기업가 정신'의 저변을 확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환갑을 훌쩍 넘긴 노장(老將)이지만 그는 여전히 '스타트업 마인드'를 안고 활동하고 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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