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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80년 5월21일 광주교도소서 시민 주검 3명 묻는 것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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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 출신 홍인표 소설가 ‘암매장’ 의혹 제기

“3~4명 주검 헬기로 실어 교도소 밖으로 나가”

단편 ‘오월의 도시’에 묘사…김남주 시인과 인연


한겨레

교도관 출신 소설가 홍인표 작가가 지난 1일 전남 장흥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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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도소 안 서무과 뒤편에서 군인들이 죽은 시민들을 매장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소설가 홍인표(74) 작가는 지난 1일 전남 장흥에서 만나 옛 광주교도소(광주시 북구 각화동) 암매장 의혹과 관련한 기억을 생생하게 이야기했다. ‘4감시대’에서 근무하던 그는 5월21일 오후 해거름 무렵 3공수여단 부대가 시민 1명의 주검을 몰래 묻는 장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머지 2구도 교도소 철조망 안에 매장됐다. “천으로 커버를 씌운 트럭 두대에서 70~80명을 짐 푸듯이 한 뒤 두드려 패고, ‘대가리박기’를 시키더라고요.”

3공수여단은 5월21일 광주교도소로 이동하면서 전남대 주둔지에 구금해 둔 시위대를 끌고 왔다. 당시 교도소에 묻힌 3명은 이 과정에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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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광주교도소 암매장 발굴 현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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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작가는 “2~3일 뒤 주검 3~4구를 헬기로 실어 나간 것을 봤다”고도 말했다. 홍 작가는 5·18 때 바깥 상황 때문에 퇴근하지 못하고 열흘 동안 교도소 안에서 생활했다. 홍 작가가 경험한 5·18 당시 광주교도소 상황은 단편소설 ‘오월의 도시’에 세밀화처럼 묘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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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시인이 교도소에서 영어의 몸으로 있을 때 칫솔을 날카롭게 갈아 우유갑 안쪽에 새긴 ‘다산이여 다산이여’라는 시. 전남대 제공


1977년 교정공무원이 된 그는 광주교도소에서 근무하면서 ‘운동권 인사’들과 친하게 지냈다. 유신 시절 수감됐던 박석무 전 국회의원은 1980년 여름 다시 들어와 이감 온 김남주(1946~94) 시인을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김남주 시인이 시를 쓰게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유를 마시면 은박지가 나온다. 날카로운 것으로 쓰면 된다’고 알려줬어요. 그랬더니 ‘못을 달라’고 해 목공소에서 몰래 가져다줬지요.”

홍 작가는 자기 집 마당에 김 시인이 쓴 시를 비닐에 싸 묻어 숨겨놓기도 했다. 김남주 시인이 남긴 시 510편 가운데 360편이 옥중에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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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홍인표 작가가 지난 1일 전남 장흥에서 만나 김남주 시인과의 인연 등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대하 기자


홍 작가는 친해졌던 김 시인에게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처럼 지내게 된 김남주 시인은 당시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임헌영 평론가를 소개했다. 소설을 읽으며 습작을 거듭했던 홍 작가는 1989년 창비사를 통해 <하얀 집의 왕>이라는 작품으로 등단했다. 홍 작가는 “교도소 안 내밀한 풍경을 다룬 그 소설이 나온 뒤 검찰에서 불러 ‘앞으로 글을 쓰지 말라’고 하길래 ‘계속 소설을 쓰겠다’고 대거리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992년 15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파트와 대학 경비원과 일당직 노동일을 했다. 지난해 소설집 <꽃반지>를 내는 등 그간 쉼없이 소설을 썼고,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2014년)도 받았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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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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