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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철회하라”…거세지는 해운업계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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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최두영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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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가 포스코에 물류 자회사 설립 계획을 철회하고 업계와의 상생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해운업계는 또 하나의 대기업의 해운업 진출로 여기며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시장에 진입하면 국내 해운·물류 생태계가 급속히 악화된다”며 설립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한해총은 한국선주협회, 한국항만물류협회, 한국해운조합 등 55개 단체가 연합한 기구다. 소속 단체의 인원은 총 50만명에 달한다.

앞서 지난 12일 포스코는 이사회를 열어 그룹 내 물류 관련 업무를 통합 운영하는 자회사 포스코GSP(Global Smart Platform)를 올해 안에 출범하기로 의결했다. 포스코 외에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강판 등 계열사에 나뉜 물류 업무를 한 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해총은 ‘대형 화주’인 포스코가 시장 지배력을 발판으로 단가를 낮추거나 자회사가 수수료 명목으로 선주들에게 돌아갈 운임을 가져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자회사 설립 초기에는 내부 물류만 관리하더라도 자회사라는 별도의 조직이 생긴 이상 수익 창출을 위해 추가 이익을 내기 위해 결국 해운·물류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무현 한해총 회장은 “물류 효율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조직 내부에서도 물류 전담조직을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자회사 형태로 별도 조직을 만들게 되면, 회사의 생존을 위해 사업범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스코 전체 물동량은 약 1억6천만톤으로, 물류비는 약 3조원 규모다.

이날 한해총은 대기업 물류 자회사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대기업 내부 물류를 일감 몰아주기식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한 뒤 외부 물량까지 다뤄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것이다. 한해총은 지난 20년간 대기업 물류 자회사는 계열사 물량과 외부 물류 시장의 물량을 대거 흡수해 28배 성장했으나, 해운기업은 한진해운 등 170여개 선사가 파산하며 1.8배 성장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대기업의 물류 자회사는 태생적으로 건전한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자회사 설립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한국노총에 공식 의제로 상정해 노동단체와 연대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해총은 또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은 향후 다른 대형 화주인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도 영향을 미쳐 물류 생태계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포스코는 재차 해운업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별, 기능별로 물류 업무를 분산 운영해 중복과 낭비가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인공지능(AI)배선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선박이 항구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여 비용을 줄이면 그 성과를 물류파트너사와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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