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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윤미향, 日보상안에 곤혹스런 표정…할머니와 이해관계 달랐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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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2012년 日 '국가 예산 피해자 지원'案 제안
윤미향에게 설명하자 곤혹스런 표정
"할머니, 정대협 이해관계 다르다" 눈치채
"윤미향 의혹,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성역 하나 허물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일본군위안부 성금 유용 의혹' 등에 대해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비밀"이라고 했다. 윤 당선자 의혹을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선 "우리 사회의 성역 하나를 허물었다"고 평가했다. 천 전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 외교통산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선 외교통상부 2차관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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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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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전 수석은 지난 16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천영우TV'에 '정의연과 윤미향의 민낯, 위안부합의 비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2012년 일본과 위안부 문제 해법을 협의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뵌 적이 있고, 당시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의연의 전신) 대표였던 윤미향씨도 만나 뵌 적이 있어 개인적으로 조금 안다"면서 과거 있었던 일을 밝혔다.

천 전 수석은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과 윤미향을 향해 한 말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엄청난 비밀이지만 언론이나 정부 당국자는 다 알고 있어도 보도하거나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어온 성역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기와 성역이 많을수록 병든 사회다. 아무도 감히 할 수 없는 큰일을 이용수 할머니가 하셨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고 정의연과 윤 당선자를 거세게 비판했다. 천 전 수석은 "위안부 피해자 마케팅으로 그간 정치적 흥행을 누려왔고, 또 법 위에 군림하는 이런 사람들을 잘못 건드렸다가 토착 왜구로 몰리면 그 후환을 아무도 감당 못 한다"며 "친일 프레임에 걸리면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불편한 진실은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 밖에 입 밖에 낼 수 없다"고 했다.

천 전 수석은 2012년 봄 일본 측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특파한 사이토 쓰요시(齋藤勁) 관방 부장관을 만난 일을 소개했다. 그는 "사이토 관방 부장관이 일본이 구상하는 해법을 가지고 저를 찾아왔다"며 "해법의 핵심은 일본이 국가예산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주한 일본대사가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를 한 분 한 분 찾아 뵙고 일본 총리의 사과 친서와 일본 정부 보상금을 직접 전달한다는 것이었다. 국내 언론에서 '사사에(佐佐江) 안'이라고 부르는 해법이다. 당시 일본 총리는 민주당 소속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였다.

천 전 수석은 당시 사이토 부장관에게 "일본이 국가 예산으로 보상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일본이 국가책임을 인정했다'고 해석하고 국민에게 설명하겠다"며 "이를 추후 일본이 '국가책임을 인정한 게 아니다’라는 소리를 하면 이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자 사이토 부장관이 아주 난처해하며 그 자리에서 확답을 하지 못했다는 게 천 전 수석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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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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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천 전 수석은 사사에안을 설명하고 의중을 묻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윤 당선자를 만났다. 천 전 수석은 "그 분들(피해자 할머니들)의 뜻은 한마디로 빨리 일본과 합의를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살아 계시는 동안에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다 받아내면 최선이지만, 그게 안 되면 보상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어하는 인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가 보인 반응은 이와 달랐다고 한다. 천 전 수석은 윤미향 대표에게 이 방안을 설명하고 "혹시 그런 방향에서 타협이 되면 정대협이 환영·지지는 못하더라도 반대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 이보다 나은 해결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윤 당선자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천 전 수석은 "제가 너무 순진했다"며 "윤미향 대표의 표정을 보고서야 '정대협과 할머니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대협으로서는 '이제 당신들 할 일이 없어졌으니까 문 닫을 준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대협엔 사형선고를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윤미향 대표가 좋아할 걸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한일간에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정대협이나 외교부 때문이 아니라 일본 측이 '국가책임을 부정하는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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