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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주호영 “통합당, 국정 발목 잡는 일 하지 않을 것” [황용호의 一筆揮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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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새워서라도 국민을 위한 정책 개발 / 상임위 활동 모니터링 상시체제로 운영 /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권 폐지하면 / 부실입법 초래 등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아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악법 중의 악법 / 공직선거법 개정 때 새로운 안 만들어야 / ’김종인 비대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어 / 상임전국위서 임기 문제 해결 가장 좋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9일 “우리 당 의원 전원이 철저한 팩트, 치밀한 논리로 정부, 더불어민주당의 정책보다 더 좋은 대안을 만들어 여당을 설득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할 것”이라며 “소속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최고의 전문가, 최고의 전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도 야당의 건전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나라가 제대로 균형이 잡힌다”고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거여(巨與)로서 못할 일이 없겠지만 야당과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노력을 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시간이 빠르고 효과도 클 것”이라며 여당에 ‘협치’를 주문했다. 이어 “(여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민심을 잃을 뿐 아니라 우리도 저항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국정운영 동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했다. 여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는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세계일보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19일 국회 원내내표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여당도 야당과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노력을 하며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시간이 빠르고 효과도 클 것”이라며 ‘상생의 정치’와 ‘협치’를 강조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그는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상임위원장 숫자는 의석에 따라 배분하면 된다”며 “어느 상임위를 가져갈 것인지는 여야가 서로 선택하고, 그동안 관례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체계·자구 심사가 법안 지연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다른 상임위에서 법사위에 넘어온 법안 가운데 체계·자구 수정한 것이 절반 정도 될 만큼 손볼 때가 많다. 자칫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회 윤리특위의 운영과 관련해 “권위 있는 전직 국회의장이 국회 윤리자문위원장을 맡고, 윤리자문위에서 의원 징계를 결정하면 윤리특위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21대 국회에서는 윤리특위의 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과의 합당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우리 쪽은 빨리 통합하자는 입장이며, 아무 문제 없다”고 했고, 홍준표 전 대표 등 무소속 당선인 4명의 복당에 대해선 “조속한 입당이 좋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4·15총선 부정선거 주장에 대해선 “선거소송을 하는 곳이 여러 군데인데 그 소송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대구 지역구에서 연속으로 5선에 당선된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처음이다. 부친상을 치르고 원내대표로서 첫 업무를 시작한 지난 14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그를 만났고, 이날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세계일보

―제1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각오는.

“우리 당 의원 수는 워낙 적다. 거여인 민주당이 힘으로, 표결로 밀어붙이면 우리가 저지할 방법은 딱히 없다. 그러면 국회는 파행에 이를 것이다. 우리 당 의원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충실히 하게 자극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등 일하는 국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당을 화합과 단결시키는 게 원내대표의 역할이다. 밤을 새워서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상임위 활동을 일일이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국감 때만 모니터링했는데 앞으론 상시체제로 운영할 것이다. 의원이 상임위에 불출석하거나 의정활동을 태만히 하면 얘기하려고 한다. 국가기관 신뢰도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이 늘 꼴찌다. 당리당략으로 대립하고 여당이 야당 되고, 야당이 여당 됐을 때 말이 금방 바뀌는 것이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이런 풍토는 고쳐야 한다.”

―원 구성을 놓고 여야 의견 차이가 있다.

“18,19대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한 선례가 있다. 입법부의 중요한 역할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인데 여당이 법사위, 예결특위 위원장을 맡으면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거의 없어진다. 이는 헌법상 삼권분립에도 반한다. 법사위와 예결특위 위원장을 야당에 주는 게 맞다. 그러면 훨씬 건강한 국회가 된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면 엄청난 부실입법을 초래하는 등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 법사위에서 체계·자구권을 심사해도 국회 통과 법안 중 위헌법률이 1년에 10건 정도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에 대한 입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악법 중의 악법이다. 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안 맞는 제도라고 선언하고 21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새로운 안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일보

―당 대표 권한대행을 사실상 겸직하고 있다.

“상황이 너무 엄중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의원 각자가 주장만 하고, 결정이 난 후 승복하지 않는 문화는 그동안 우리 당을 어렵게 만들었다. 치열한 토론 후 결론이 나면 그것을 따르고, 도와야 하는데 그런 동지애가 별로 없는 것이 문제점이었다. 지금까지 말이 한 당이지, 친박(친박근혜계) 비박하며 서로 남보다 못한 일도 해 왔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같이 협력하며 동지애를 발휘하는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미래통합당의 문제점은.

“한마디로 집권에 대한 절박성이 없다. 그것이 있으면 조직, 교육, 홍보에서 전사가 되는데 현 체제, 야당 생활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다. 정권교체는 말로만 해선 안 된다. 선거를 치르려면 조직, 정책, 인물이 필요하다. 조직과 당원을 늘리는 일을 그동안 했나. 보이지 않는 보수 중에서 당원이 아닌 사람이 많다. 이들을 당원으로 만들어 재정을 튼튼히 해야 한다. 정책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여성, 2030세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거기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발굴하는 노력을 한 적이 있나. 전국에 직능단체가 많다. 선거 때, 아쉬울 때만 찾아가서 도와달라고 요청하는데 평소에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인물도 키워야 하는데 그동안 그렇게 했나. 호남에 대해서도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 선거 때 호남지역의 표를 더 얻어 집권하겠다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국민통합, 전국정당을 지향하면서 그런 노력은 얼마나 했나. 호남지역에 살고 있는 인사 중 신망이 있는 3~4명을 총선 때 비례대표로 공천하는 등 꾸준히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을 서로 분열시키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통합해야 한다.”

세계일보

―비상대책위 구성과 조기 전당대회를 놓고 당내 이견이 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고 전국위에서 인준까지 했다. 당의 전당대회에 준하는 기구에서 인준까지 한 것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임기문제가 어그러졌는데 연말 정도까지 김 위원장에게 당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양쪽(김 위원장과 당선인들)을 물어봐야 한다. 상임전국위에서 (임기문제가) 통과하면 된다. 그렇게 해결할 수 있으면 제일 좋다. 양쪽 협상이 안 되면 조기 전대 개최, 다른 비대위원장을 모셔 올지, 아니면 내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는 문제를 놓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국민의당과 연대가 가능하다고 보나.

“안철수 대표와 우리 당은 정책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지금 180석의 거대 여당에 대항하기 위해선 뭉쳐야 한다. 작은 차이를 극복해 당장 합당 등은 쉽지 않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정부가 이대로 연장돼서는 안 되는 것이 안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라면 그 뜻을 펴기 위해서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

세계일보

―원내대표 당선된 다음 날인 지난 9일 부친이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욕심을 내지 말고, 남을 해코지 말라’고 늘 말씀하셨고, 평생을 그렇게 사셨다. 농촌지도소에서 10여년간 근무하다가 교사로 이직해 울진농고 등에서 30여년간 농업을 가르치다 평교사로 정년 퇴임했다. 장례식에 온 아버지 제자들도 ‘사람으로 만들어 준 선생’으로 기억하며 많이 울더라. 울진중 조상수 선생님이 ‘공부 잘하는 호영이 형제가 울진농고에 진학하기엔 너무 아깝다’며 동료교사인 아버지를 설득해 중2 때 대구 경상중학교로 전학한 일, 최종한 영남대 선배(현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호문혁 영남대 법대 교수님(전 서울대 법과대학장)은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사법시험에 필요한 법서를 추천하고 공부하는 요령 등을 일러준 최 선배와 모의재판으로 법대생을 지도한 호 교수님 덕분에 사법시험에 빨리 합격할 수 있었다.

영남대 법대에 수석 입학해 천마장학생으로 매월 20만원의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녔다. 4학년 때 행정고시에 한차례 응시해 전 과목 평균 점수가 합격 커트라인보다 4~5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통계학 한 과목 과락으로 아쉽게 낙방했다. 조금 더 공부하면 합격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행정직 공무원으로 실제 근무할 의사가 없으면서 ‘고시 2관왕’ 기록을 위해 행시에 합격하는 것은 다른 수험생 몫을 빼앗는 일로 ‘정의롭지 않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또 대학 1학년 때 장태옥 교수님이 수업 중 ‘이렇게 잘 쓴 (행정학 개론) 답안을 보지 못했다’며 내 시험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했고, 많은 교수들도 사법시험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행정고시를 보라고 적극 권유했다. 그러나 ‘시험이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해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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