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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17억→15억→17억→16억’ 들쑥날쑥 정대협 박물관 모금액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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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건립은 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의 숙원 사업이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겪은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였다. 박물관 건립은 이용수,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의 쌈짓돈에서 출발했다. 2003년 12월 할머니들이 생활 지원금까지 쪼개가며 10만원~300만원의 ‘주춧돌 기금’을 정대협에 기부했다. 이후 정대협은 전국민 모금 운동을 벌였고, 2012년 서울 성산동에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이 건물은 현재 정의연의 부동산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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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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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앙일보가 당시 모금 상황을 살펴보니, 정대협 측이 밝힌 모금액은 시간이 지나면서 들쑥날쑥 변하는 등 '엉터리' 공지였다. 당시 정대협 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등은 ‘억 단위’로 뭉뚱그려 금액을 밝혔다.

정대협은 2009년 3월 9일 박물관 부지였던 서대문 독립공원 인근에서 열린 착공식을 앞두고 “현재까지 17억원 정도를 모금했다”며 “목표액의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착공식에 참여한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도 축사에서 이를 근거로 “민간이 17억원을 모았는데 (이명박) 정부도 염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착공식 당일에만 국내에서 1700만원, 일본에서 2000만원의 성금이 모였고, 김복동 할머니는 한달 뒤 “조금씩 매달 모은 돈”이라며 1000만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착공 1주년을 맞이한 2010년 3월, 정대협은 보도자료를 내고 총 모금액을 15억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윤미향 대표도 언론에 “기업 도움 없이 개인 기부만으로 15억원을 모은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1년 만에 모금액이 외려 2억원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한달 뒤 정대협이 밝힌 모금액수는 또 달라졌다. 그해 4월 ‘1만인 건립위원 참여 캠페인’ 발대식을 연 정대협은 “개인·단체 등 17억원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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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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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년 2개월 뒤, 정대협은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렸는데 이번엔 “현재 16억 원이 약간 넘는 성금이 모였다”고 했다. 3년 사이에 박물관 기부 모금액이 17억(2009년 3월)→15억(2010년 3월)→17억(2010년 4월)→16억(2011년 6월)으로 바뀐 것이다. 정대협은 그해 비용 문제로 무산된 서대문공원 부지 대신, 서울 성산동의 2층 주택을 매입(거래가액 15억원)했다. 정대협은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지원한 5억 원을 인테리어 등 박물관 개조 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금인 것을 감안하면 내역 공개가 매우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형적인 주먹구구식 모금”이라며 “정상적인 단체라면 박물관이 건립된 뒤 정확한 모금액과 건물 매입비, 인테리어 비용, 초기 운영비 등 지출 비용을 밝혀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한규 변호사는 “향후 내역 조사에 따라 회계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발견되면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는 “모금액 일부를 인건비나 행사비 등으로 썼다고 해도 공지된 금액 변동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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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 인권박물관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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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관계자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9년 전 자료라 모금액 및 지출 내역을 곧바로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의 일이라 증명 자료가 남아 있는지 살펴봐야 하지만, 향후 외부기관의 회계감사를 받아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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