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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개인 그릇에 각자 덜어먹기…함께 식사할 때 ‘기본 에티켓’ [코로나로 달라지는 일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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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식사 문화

최근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로 버섯전골을 나눠 먹던 박모씨(35)는 밥맛이 뚝 떨어졌다. 공용 국자를 두고도 팀장이 본인이 쓰던 숟가락으로 냄비에서 음식을 여러 차례 떠먹은 것이다. 뒤늦게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을 알아챈 팀장은 그제서야 ‘코로나19 이후에는 조심해야 하는데 잊었다’며 팀원들에게 사과했다. 박씨는 “이제는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눠 먹을 때 개인그릇을 이용하는 에티켓이 더더욱 당연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 식기’ 문화가 강화되고 있다. 감염 우려 때문이다. 함께 음식을 나눠 먹다가 감염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손자와 함께 식사를 한 80대 외할머니가 2차 감염된 바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2월 훠궈(중국식 샤브샤브)를 나눠 먹은 일가친척 18명 중 11명이 감염된 사례도 보고됐다.

중국 방역당국 실험 결과
공용 젓가락 쓰지 않으면
세균 수 최대 250배 검출
한국도 감염 사례 속출해
새로운 식문화 확산 추세

중국 항저우(杭州)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면서 한 접시의 음식을 함께 먹을 경우 공용 젓가락으로 각자 음식을 덜어먹는 것보다 세균 수가 급증한다. 식사 후 남은 음식의 세균을 48시간 배양한 뒤 측정해보니 공용 젓가락을 쓰지 않은 쪽의 세균 수가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250배까지 많았다. 자신의 몸에 있는 세균을 젓가락을 통해 음식에 전파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조심하면서 식문화는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그릇을 같이 쓰는 식당보다 따로 쓰는 식당이 선호된다. 예로 각자의 냄비에 식재료를 익혀 먹는 서울 광화문의 한 샤브샤브 식당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도 손님이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김모씨(33)는 “격식을 차리는 약속을 잡을 때는 이 식당을 애용한다”며 “코로나 감염 우려가 큰 상황에서 각자 자기 냄비에 야채와 고기를 익혀 먹으면 되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개인용 반찬그릇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회사원 최모씨(43)는 “일부 식당에서는 국에는 공용 국자를 제공해도 여전히 밑반찬은 여럿이 나눠 먹도록 한다”며 “반찬 수를 줄이고 알아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하면 감염 위험도 줄이고 음식물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이전까지는 한국에서도 1인용 상차림이 일반적이었던 만큼 다시 전통을 살리자는 것이다.

식당 테이블 위에 ‘수저통’을 놓고 손님들이 직접 꺼내 쓰는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주부 이모씨(40)는 “여러 사람의 손이 닿은 수저로 식사를 하기 찜찜하다”면서 “수저를 종이로 간단하게 포장하거나, 상차림을 할 때 따로 내는 식당에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식문화 변화는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중국에서는 원래 자기 젓가락으로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집어주는 것이 호의의 표현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공용 젓가락 쓰기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베이징시는 공용 젓가락과 국자 사용 등을 규정한 ‘문명행위’ 조례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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