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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정약용 [김희국의 내 인생의 책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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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보다 중요한 것들

경향신문

다산 정약용의 18년 유배는 추사 김정희의 9년8개월,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의 4년에 비하면 참으로 길고 고통스러운 기간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이 정치나 권력 투쟁 끝에 귀양이나 유배를 당했지만, 그 기간 동안 처신한 방법은 상이했다. 초나라 굴원은 분을 이기지 못해 멱라수에서 돌을 껴안고 자침(自沈·스스로 물에 빠져 죽음)했고, 궁형(宮刑·거세형)을 당한 사마천은 불후의 명작 <사기(史記)>를 집필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약 3년5개월간의 하방 기간 동안 희망과 기대를 잃지 않고 중국의 미래를 설계한 끝에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74세에 권력을 잡고 중국의 현대화를 18년간 주도했다.

다산은 전라남도 강진에 유배된 이후 흑산도에 유배된 친형 손암 정약전과 편지를 교환하는 등 수많은 지적 활동을 통해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우리 역사에 전무후무한 1000여권의 책을 집필하는 와중에 아들들에게는 정감 어린 편지도 썼다.

다산은 자식들에게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효(孝)와 제(悌)라고 주장했다. 효를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돈과 식구들이라고 하면서, 돈은 사람이 살아가고 효도하기 위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세태를 비난하면서 잘못을 범하지 말라고 훈계했다.

아울러 그가 말한 하나는 “거짓말을 입 밖에 내지 말라”이다. 그는 아들들에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을 보아왔는데 비록 고관대작들이라도 그가 한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보면 열 마디 말 중 일곱 마디가 거짓말이더구나. 이제부터라도 거짓말을 안 하도록 온 힘을 다 써라”라고 했다.

아하! 나는 아들에게 편지를 써본 것이 언제였던가?

김희국 |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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