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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김준의 맛과 섬] [20] 바다 식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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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울릉도는 마을 어장의 바다 농사를 갈무리하는 철이다. 저동에서 관음도를 지나 삼선암으로 가는 바닷길에 노란색으로 칠한 어선이 눈에 띈다. 외지에서 들어와 마을 어장을 탐하는 잠수기 어선과 구별하기 위한 표지다. 마을 공동 어장에서 자연산 홍해삼, 전복, 소라를 채취하는 배들이다. 이 해산물은 해조류를 먹고 자란다. 동해를 대표하던 명태가 떠난 자리를 지키는 청어와 꽁치 등 많은 바닷물고기도 해조류가 많은 곳을 찾아 산란한다. 이런 곳을 바다 숲 혹은 해중림이라고 한다〈사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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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숲은 해조와 해초 군락 및 그 안에 동물을 포함한 군집을 말한다. 해조류로는 감태·모자반·다시마·청각·김·미역·우뭇가사리·파래 등이 있고, 해초류로는 '잘피'라 부르는 거머리말류가 대표적이다. 바다 숲은 생물의 다양성 유지, 어린 물고기의 은신처 제공, 먹이 공급, 산란 장소 등 바다 생물의 서식 기능을 한다. 또 수질 정화, 바다 저질(底質) 안정화 등 해양 환경 유지 기능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품과 생태 체험, 해양 레저 관광을 할 수 있는 친수 공간도 제공해 준다.

정부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기념해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정했다.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 관심 속에서 바다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 바다 식목은 수심 10m 내외 바다의 암초나 갯벌에 해조류나 해초류를 이식해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은 뭍과 섬에서 영양 물질이 많이 유입되고, 햇빛이 잘 들고,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 식물플랑크톤, 해조류, 해초류, 부착생물 등이 많다. 해양 생태계 중 기초 생산자가 많아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수산물은 대부분 이곳에서 얻는다. ‘마을 어업’이라는 이름으로 어촌의 정체성을 지키며, 어민들 소득원이 되는 곳이다. 벌거벗은 산을 숲으로 가꾸기 위해 온 국민이 삽과 호미를 들고 나무를 심었던 때를 생각해보자. 이제 바다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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