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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유치원 “수업일수 더 줄여달라” 목소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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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취약·필수 공사 지연”

교사 5000명 ‘감축’ 탄원서

교육부선 “검토” 입장만

“수업일수 162일을 채우려면 아이들이 혹서기와 혹한기에도 등원을 해야 하는데, 수족구나 독감 같은 감염병에 더 취약해질 것이 우려됩니다.”

오는 27일부터 시작되는 유치원 등원을 일주일 앞두고, 유치원 법정 수업일수를 줄여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9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유치원 수업일수 추가 감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이 탄원서에는 교사 5000명이 동참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는 한 유치원 교사가 역시 수업일수 감축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유치원 법정 수업일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천재지변 등의 경우 수업일수를 10% 줄일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180일에서 162일로 한 차례 감축된 바 있다. 하지만 원격수업을 인정했던 초·중·고교와 달리 유치원은 긴급돌봄이 시작된 3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수업을 전혀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이제부터 162일을 채우려면 앞으로 아이들이 방학도 없이 여름과 겨울에도 등원해야 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황모 교사는 “통상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각각 4주씩은 확보했는데, 이번엔 각각 10일도 빠듯하다”면서 “아이들은 방학 때 육체적으로 성장을 많이 하는데도 수업일수 확보에 매여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유치원 이모 교사도 “혹한기와 혹서기에도 등원하다 보면 수족구나 독감 같은 감염병에 더 취약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학이 줄어들면서 안전 및 방역과 직결된 필수적인 공사 등도 미뤄지게 됐다. 강원도 지역의 유치원 이모 원장은 “복도에 바닥 난방 시설이 설치되지 않다 보니 아이들이 발이 시려 뒤꿈치를 들고 걷는다. 이번 여름방학을 이용해 바닥을 모두 들어내고 난방 공사를 하면 좋겠지만 아마 내년 여름으로 늦출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유치원 방학이 초등학교 방학보다 짧아지는 이례적인 상황에 처한 병설유치원의 경우 더 고민이 깊다. 전남지역 병설유치원에 근무하는 김모 교사는 “초등학교 방학 기간엔 급식실과 통학차, 학교 경비인력도 운영되지 않아 유치원 아이들이 다니는 공간만 열리게 된다. 안전상으로도 위험하고, 아이들이 방치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유치원 종사자들과 일선 교육청이 전달한 수업일수 감축 요구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이 원장은 “유치원은 의무교육이 아니고 상급학교(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유치원 졸업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일수가 본질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수업일수 감축에 더 유연할 수도 있는데 교육부가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모 교사도 “국가재난에도 162일을 고수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최소한 초등학교 방학에는 맞출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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