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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경비원 죽음 몰아넣고 “억울하다” 한 입주민, 결국 구속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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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등 혐의… 관련 靑청원은 40만 넘겨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 등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최씨에게 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A(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세계일보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폭행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입주민 A씨가 지난 18일 서울 강북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경찰서는 상해 등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최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폭언과 폭행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지난 1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외려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최씨가 A씨에게 맞아 코뼈가 골절됐다는 의혹에 대해 “자해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는 언론을 통해선 “최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고, 주민들이 허위나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A씨는 최씨에게 ‘친형에게 폭행을 당해 코뼈가 내려앉았다고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또 최씨를 ‘머슴’으로 칭하며 ‘무슨 망신인지 모르겠다’, ‘친형님에게 맞아서 내려앉은 코 쾌차하시고’, ‘장애인 등록이 된다’ 같은 조롱성 메시지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숨지기 전 A씨에게 폭행과 협박 등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음성 녹음을 남겼다. 유족이 언론을 통해 공개한 최씨의 음성 유언에 따르면 그는 “A씨라는 사람한테 맞으면서 약으로 버텼다”며 “밥을 굶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얼마나 불안한지 아느냐”고 털어놨다. 최씨는 또 “정말 A씨라는 사람한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 달라”며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자신을 도운 입주민들에겐 “정말 감사하다, 저승 가서라도 꼭 은혜 갚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최희석씨 유족들이 노제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최씨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오후 8시30분 기준 40만8000여명이 동의해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두 배를 넘겼다. 최씨가 숨진 다음날 올라온 해당 청원글에서 청원인은 A씨의 엄벌을 호소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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