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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빅5 병원’ 4명 코로나19 확진, 감염원 불분명…2·3차 확산 공포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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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의료진 잇따라 코로나19 감염…방역당국 초긴장 / 국내 최고 수준의 삼성병원 의료진 연쇄 감염…우려 클 수 밖에 없어 / 병원 규모 큰 데다 감염 경로도 불분명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 / 병원 내 추가 확진자 나올 가능성 작지 않아 / 병원 내 집단감염, 의료인력 손실…방역체계 약화로 직결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번엔 병원 의료진이 잇따라 감염돼 방역당국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내 굴지의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들이 잇단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발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병원 의료진의 연쇄 감염은 심상찮다. '빅5'로 꼽히는 대형 병원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처음인 데다, 의료인력과 시설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삼성병원에서 의료진 연쇄 감염이 발생하다 보니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병원과 방역당국은 병원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병원 규모가 큰 데다 감염 경로도 불분명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병원과 당국은 병원 일부를 폐쇄하는 등 긴급 방역을 하고, 해당 간호사가 접촉한 동료 의료진과 환자 265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인데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다.

코로나19의 강력한 전파력과 밀접 접촉이 많은 병원 특성상 의료진 감염은 대규모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삼성병원처럼 규모가 크고 환자가 몰리는 곳은 더욱 위험하다는 게 중론이다.

병원 내 집단감염은 의료인력 손실과 그에 따른 방역체계 약화로 직결된다. 방역당국이 여름철 선별진료소 내 에어컨 운영 지침까지 내놓은 것은 무더위 속에서 답답한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는 의료진의 편의만을 위한 게 아니라 환자에 의한 감염 위험을 줄여보자는 뜻도 있다.

세계일보

19일 오전 20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 4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정적이 감돌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수술실 일부를 폐쇄하고 예정된 수술 60~70개를 잠정 연기했다. 뉴스1


국내 '빅5'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과 국민안심병원인 경기도 용인 강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병원발(發) 집단감염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등학교 3학년 등교 수업을 하루 앞두고 재학생 600명 규모의 서울 영등포구 직업전문학교에서도 학생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방역 및 교육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병원이나 학교 모두 시설 특성상 확진자들의 감염경로를 조기에 파악하지 못하면 자칫 집단감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방역당국은 그간 비교적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코로나19가 클럽과 병원, 학교 등을 고리로 계속 산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긴장감 속에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9일 서울시와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수술팀 소속 간호사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1명이 먼저 확진됐고, 나머지 3명이 이날 추가로 확진됐다.

추가 확진자 3명 중 1명은 첫 확진 간호사와 수술에 함께 참여했고, 다른 2명은 수술이 아닌 다른 업무를 같이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먼저 확진 판정을 받은 간호사의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 발현일도 서울시는 16일, 병원은 17일로 각각 추정하는 등 혼선이 있는 상태여서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접촉자 규모가 지금까지 알려진 277명(의료인 262명, 환자 15명)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빅5' 병원 의료진 코로나19 확진…최악의 의료기관 감염사태 벌어질 수도

의료계는 빅5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의료진이 확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발생한 의료기관 확진자 사례를 보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한두 명에 그친 사례도 있었지만, 의정부성모병원처럼 확진자가 무려 70명 이상 발생하는 등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간호사는 의료진 중에서도 환자나 다른 의료진과의 접촉이 가장 빈번한 직업군인 데다 이번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간호사들이 수술실 소속이어서 환자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삼성서울병원의 규모와 간호사 집단 확진 등을 이유로 자칫 최악의 의료기관 감염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외래진료 환자는 하루 평균 8500∼9700명 수준이며, 병상 수는 2000개에 달한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8900여명에 이른다.

세계일보

삼성서울병원과 경기도 용인 강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병원발 집단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암 환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중증 환자도 적지 않은 편이어서 만약 환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올 경우 파장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기저질환(지병)이 있는 환자가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역당국은 첫 확진 간호사의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만큼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 환자 일 평균 8500∼9700명

삼성서울병원뿐 아니라 경기 용인 강남병원에서도 방사선사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병원은 외래환자 구역과 선별진료소 구역 등이 분리된 국민안심병원으로, 현재 병원 폐쇄와 함께 의사와 간호사 31명 및 입원환자 171명에 대한 이동금지, 병원 직원 400명의 출근 금지 등의 조치가 내려졌다,

병원은 폐쇄적인 환경 때문에 감염자가 한 명만 있어도 쉽게 번질 수 있다. 앞서 집단감염이 벌어진 의정부성모병원에서는 병원 내에서 의료진과 입원환자 등 19명, 원외에서는 퇴원 환자와 보호자, 방문객, 그리고 2∼3차 감염자까지 포함해 5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암 환자 등 고위험환자들이 많아 코로나19가 퍼지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간호사 여러 명이 확진된 만큼 접촉자 규모를 최대한 넓게 잡아 감염자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병원의 감염 관리가 크게 강화됐다는 점을 들어 추가 감염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다.

삼성서울병원은 그동안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하루 2번씩, 또 내원객을 대상으로는 출입구에서 코로나19 증상 유무를 확인했다. 환자 면회도 보호자 한 명만 가능토록 제한했다.

실제 앞선 병원 감염 사례에서도 첫 확진자 발생 후 추가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입원환자 중에서 확진자가 나왔으나 이후 추가 확진자는 2명에 그쳤다. 또 서울백병원에서는 입원환자가 확진 전까지 마스크를 쓴 덕분에 단 한 사람에게도 전파하지 않았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환자의 보호자가 확진되긴 했지만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 암 환자 등 고위험환자 많아 코로나19 퍼지면 사망률 치솟을 수 있어

영등포구 직업전문학교 학생 1명이 확정 판정을 받은 것도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삼성서울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과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확진자가 나온 당산1동 소재 한국과학기술직업전문학교는 고용노동부 소관으로, 개학 연기 조치를 적용받지 않아 지난달부터 등교가 이뤄졌다.

이날 확진된 학생은 지난 11일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이 처음 나타났으며, 증상 발현 이후인 12∼15일 나흘간 등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 간 밀접 접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 추가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박원순 "첫 의료진 확진자, 감염경로 불분명…긴장하고 대응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방역의 1순위는 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을 사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19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곳이 뚫리면 기저질환이 있는 어르신들이 많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삼성서울병원도 전날 5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보고받자 마자 신속대응반을 파견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중증환자와 기저질환자가 많은 국내 '빅5' 병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첫 의료진 확진자이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하다. 고도의 긴장을 하고 대응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은평성모병원 사례도 잘 정리했기 때문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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